황금닭의 전설이 내려오는 집
- 경기도 시흥시 -
요즘 많은 사람들이 전통가옥이나 한옥마을을 찾곤 합니다. 아마 분주한 일상을 살아가던 현대인들에게 고즈넉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다가오는 것 때문일 것입니다. 경기도 시흥시에도 유명한 전통가옥이 하나 있는데요. 시흥시에서 마지막으로 하나 밖에 남지 않은 전통가옥이라 더욱 그 가치가 높습니다. 특별한 전설까지 전해져 내려와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곳인데요,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의 오늘의 미션은 ‘생금집에서 선조들이 전하는 삶의 교훈 얻고 오기’입니다.
컨테이너 박스들이 놓여 있는 곳 끝에 시흥시 향토유적 제7호로 지정된 '생금집' 나온다. 생금집이라는 이름에서 이 전통가옥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어서, 황금닭 전설 이야기를 들려줘. 궁금해 죽는 줄 알았단 말이야.” “조선조 말엽에 김창관이라는 사람이 마을에서 10여리 떨어진 곳에 나무를 하러 갔는데 생금우물에 닭 한마리가 있던 거지."
"그래서 곱게 싸 집 골방 반닫이에 넣어두는데 닭털 하나가 떨어져 나온 거야. 그 색이 하도 묘연해서 금방으로 가보니 황금이라는 게 아니겠어?”
모두가 황금닭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운다. 서양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있다면 생급집에는 황금알은 낳는 닭이 있다.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래서 얼른 집으로 돌아가 반닫이를 열어 보았는데 닭이 모두 황금으로 변해있었고 닭이 낳은 알들도 황금으로 변해서 마을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된 거야."
"그런데도 사치하지 않고 살림을 아끼면서 검소하게 살았다고 해. 열심히 일하고 아씨면 누구든 부자가 된다면서. 그래서 생금집이라는 댁호를 얻은 거지.”
황금알을 낳는 닭 이야기에는 교훈이 담겨있다. 전통가옥에서 교훈까지 얻어가니 삶의 화살표가 그려지는 것 같다.
“아,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세계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된 거야?”
“그렇지 않아. 그 소문을 듣고 부부의 딸이 찾아 왔는데 긴 추궁 끝에 황금닭의 비밀을 듣게 되고 딸은 반닫이에서 닭을 꺼내어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어. 그런데 닭이 돌로 변해있던 것이지. 그 후론 다시 황금으로 변하지 않았다고 해.”
금녕 김씨 자손이 12대째 세거하던 곳으로 팔작지붕 집으로 안방과 대청, 부엌과 건넌방, 바깥채로 이루어져 있다, 넓은 대청마루에 앉아서 일상의 고민을 잠시 내려놓는다.
“재미도 있으면서 삶의 교훈도 담고 있는 전설이었구나! 어쩐지 고택에서 들으니 더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것 같다. 이제 집안 좀 살펴볼까?”
“용마루가 'ㄱ'자를 이루고 있고 규모도 꽤 큰 걸 보니 부농계층의 집안이었던 같아.” “그래 맞아. 집안 곳곳이나 뒤뜰에 있는 장독들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던 집안인 것 같아.”
우리나라 전통 가옥의 형태를 지닌 생금집은 집안 곳곳 당시 생활양식이나 풍습까지 엿볼 수 있다는데?
“안채 12칸에 바깥채가 6칸인 이 가옥은 1913년에 개축되었는데 조금 낡긴 했어도 현재도 당시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 "
"분수에 맞는 생활을 하라는 이야기에 맞게 검소하고 절제된 양식이 엿보이는 것 같아. 그리고 바닷가에 살던 사람들의 생활상이 반영되었다고 하는데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볏짚으로 만든 작품들이 집안 곳곳 놓여있다. 그밖에도 고무신이며 옛날 물건들이 전통가옥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껏 돋우고 있다.
“난 가옥구조보다도 여기 놓여있는 많은 짚공예에 눈길이 가. 송아지 모형이나 사람을 닮은 인형 같기도 한데, 참 솜씨가 좋다.”
“그러네. 자칫 쓸쓸하거나 썰렁할 수 있는 옛집에 이런 아기자기한 공예품이 있어서 외롭지 않은 것 같아. 무엇보다 짚으로 만들어져서 분위기가 너무 잘 어울려.”
옛 생활모습을 갖춘 가옥이나 문화유산이 점점 사라져 가는 요즘, 생금집은 시흥시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전통 가옥이다. 유일하게 남은 초가집에서 우린 무엇을 느낄 수 있나?
“그런데 시흥에 또 다른 초가집이나 옛 고택이 있을까?” “아니, 안타깝게도 여기 이 생금집이 시흥시에 유일하게 남은 초가집이라고 해. 그래서 더욱 보존해야 할 가치와 의미가 크지.”
“어쩐지 유일하게 남은 곳에서 교훈까지 얻고 가니 다가오는 의미가 더 큰 것 같아.”
향토문화유적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은 생금집을 다녀온 후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다. 황금닭이 전하는 전설과 함께 문화유적 보존에 대한 깊은 뜻도 헤아려본다.
“그냥 옛집이나 고택에 들른다는 마음 혹은 이야기를 듣기위한 호기심 정도로 찾은 것 같은데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곳이라 새로운 것 같아.”
“그래, 나도 향토문화유적에 대한 관심이 필요할 때라는 생각을 했어.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교훈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어서 뜻깊고.”
생금집 전설 혹은 황금닭의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고 하여 많은 이들이 찾는 반면 예 생활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문화유산의 보존과 관리가 허술하여 그에 따른 말들도 참 많습니다. 이에 생금집은 학생들을 초청하여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문화의 계승을 위해 초가지붕을 새로 올리며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도 가지고 있습니다. 전통문화의 소중함과 고즈넉한 느림의 미학을 얻고 싶다면 생금집에서 황금닭이 들려주는 이야기 한 구절 듣고 가보는 건 어떨까요?
반짝이는 불빛이 넘실거리는 밤
- 전라북도 무주군 -
전북 무주는 밤이 더욱 기다려지는 곳입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면 별과 같이 반짝이는 반딧불이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곤충박물관에서 다양한 곤충들을 만나고 나서 밤이 되기만을 기다리다보면 어느새 하나둘씩 반짝이는 별들이 머리위로 윙윙 맴돌기 시작합니다. 청정 환경에서 서식하는 반딧불이의 삶을 통해 환경을 생각할 수 있는 살아있는 체험교육의 장, 무주에서 보내는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은 ‘반딧불이를 보고 마음의 불을 밝히고 오라’입니다.
어둠이 일찍 내려앉는 무주는 가로등 불빛보다도 환한 반딧불이 불빛으로 반짝인다. 밤이 오기만을 기다린 사람들의 마음도 환하게 밝아지지 않을까?
“아빠, 반딧불이 빨리 보고싶어요. 시간이 왜 이렇게 느리게 가는 걸까요?
”“조금만 기다리렴, 반딧불이를 만나러가기 전에 미리 반딧불이에 대해 공부 좀 하고 가보는 게 어떨까?” “좋아요! 반딧불이야 조금만 기다려~”
나는 개똥벌레 어쩔 수 없네~ 손을 잡고 싶지만 모두 떠나가네. 어릴 적부터 익숙하게 듣던 개똥벌레가 알고 보니 반딧불이 였다고?
“나는 개똥벌레~ 어쩔 수 없네, 저기 개똥무덤이 내 집인걸~” “녀석, 아주 절묘한 타이밍에 노래를 불러주었구나! 바로 그 개똥벌레가 반딧불이였다는 걸 알고 있니?”
“개똥벌레가 반딧불이라고요? 정말 신기해요~ 그런데 왜 개똥벌레라고 불린걸까요?”
흔히 반딧불이 꽁지에 불이 나 있는 것 같은데, 불빛은 어디에서 왜 나는 걸까? 반딧불이에게 물어보면 대답을 해주지 않을까? 갑자기 호기심에 반짝하고 불이 든다.
“반딧불이 빛이 아주 아름답지? 그런데 빛이 어디에서 나는지도 알고 가야겠지? 반딧불이 배 아래쪽에 보면 노란색 빛을 내는 발광기가 있단다.
반딧불이가 빛을 내는 이유는 짝짓기를 하기위한 수신호라고 한단다. 예쁘기만 한 불빛에도 다 이유가 있는 걸 보면 신기하지? 불빛으로 대화하는 반딧불이가 신기하기도 하고.”
반딧불이의 생을 들여다 보다보면 다른 곤충들도 궁금해지기 마련. 나비와 잠자리, 딱정벌레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데?
“아빠, 저기 곤충박물관도 보여요. 그곳에 가면 반딧불이말고 다른 희귀곤충들도 볼 수 있을까요?”
“그렇단다. 나비의 변태과정과 세계 희귀 나비들의 모습까지 생생하게 볼 수 있단다. 그뿐인 줄 아니, 네가 좋아하는 고대 화석들도 만나볼 수 있다는데?”
밤하늘에 별들이 움직이는 것 같아!라며 신기해하던 아이는 어느새 반딧불이를 닮은 별을 찾겠다고 고개를 쭉 내밀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무엇이 보이냐고 물어볼까?
“박물관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이 무엇이니?” “나비랑 반딧불이요. 나비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거든요.”
“그래? 그럼 이번에는 나비랑 반딧불이를 닮은 예쁜 별을 보러 가볼까? 가까이에 있는 별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드는지 아빠한테 이야기해주렴.”
반딧불이의 불빛으로 고생하며 공부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저마다 심각한 표정으로 마음에 무언가를 새기고 있다.
“반딧불이 불빛을 실제로 보니 어떠니? 생각보다 환하지? 그래서 옛날에 가난한 사람이 반딧불을 주머니에 담아 그 불빛으로 밤을 새우며 공부를 마쳤다고 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
"자, 그러니 편하게 공부하는 너희들은 얼마나 좋은 환경인지 알겠니?” “네, 저도 공부 열심히 해야겠어요!”
각종 환경오염과 공해로 반딧불이의 서식지가 점점 줄고 있다. 물이 맑고 공해가 없는 무주로 다시 돌아온 반딧불이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반딧불이는 청정 환경에서만 서식하는 아주 깨끗한 곤충이란다. 그래서 공해가 많고 오염이 많은 도심지역에서는 반딧불이를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이지."
"한동안 무주에서도 반딧불을 보기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단다. 그런데 환경오염을 줄이고 깨끗한 자연을 위한 노력으로 반딧불이 다시 돌아오게 되었지.”
깜깜한 밤하늘을 수놓는 불빛은 누구나 마음속 희망을 심어준다. 동심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새로운 꿈을 키우기도 한다. 무주의 밤이 아름다운 건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아빠, 반딧불이 보니까 제가 동화책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들도 마구마구 떠오르고요. 아빠는요?”
“아빠도 그렇단다. 아빠 어렸을 때 뒷동산에 반딧불이 참 많았었단다. 할아버지가 도깨비불이라고 골려주기도 하셨는데. 아빠 어렸을 때로 돌아간 것 같아서 아빠도 좋아.”
청정 환경 무주에서 천연기념물인 반딧불이의 삶을 관찰하고 별을 보며 꿈을 키울 수 있는 무주. 가족과 함께 보내는 여름은 늦은 밤이 되어서도 잠들기가 아쉽습니다. 밤하늘을 수놓는 반딧불이 불빛과 별들을 바라보며 꿈을 키우는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작은 불빛이 반짝이고 어른들은 잃었던 마음의 동심이 반짝입니다. 여행지에서 더 큰 꿈을 키우고 더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고 진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뜨거운 여름밤을 감성으로 물들이고 싶다면 무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세상을 바꾸는 어머니의 힘
- 경기도 고양시 -
SNS의 강자로 떠오른 고양시인 만큼, 고양시에 가 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도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고양 600년의 역사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단연 덕양산 행주산성에서 있었던 행주대첩입니다. 고양시에 가면 행주산성은 물론, 이 행주대첩에 관련된 이야기와 축제들도 만나 수 있답니다. 그런데 권율장군의 이름보다 더 유명한 것은 바로 긴 치마를 짧게 잘라 입고 돌을 던져 조선군을 승리로 이끈 부녀자들입니다. 그래서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고양시에서, 나라도 지켜내는 어머니의 힘을 느껴라!’
임진왜란 때 7년 간 조선 군대를 총 지휘한 명장인 권율장군. 이곳, 행주산성은 행주대첩, 진주대첩, 한산도 대첩의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행주산성이 일어났던 곳!
“맞아! 중학교 때 배웠는데 잊고 있었네. 여자들이 한복 치마를 스스로 짧게 잘라 입고 무기가 될 돌덩이들을 정상까지 날랐던 것이 승리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들었어.”
“세상에, 여자가 무거운 돌을 들고 산 정상까지 갔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놀라워. 웬만한 각오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겠는 걸? 우리는 지금 돌을 들지 않았는데도 벌써 숨이 차잖아.”
대첩문을 들어서자마자 근엄한 장군의 모습이 보인다. 바로 행주산성을 승리로 이끈 인물, 권율장군! 산성 아래를 굽어보는 장군의 눈빛에 숨이 막힌다.
“와, 저 늠름한 눈빛을 좀 봐. 두 손으로 칼자루를 꼭 쥐고 꼿꼿이 서 있는 모습이 무엇이든 지켜낼 수 있을 것처럼 든든해 보여.”
“장군의 뒤를 좀 봐. 관군과 의병, 승병들의 모습도 보이네! 아, 저기 부녀자들의 모습도 있어. 모두 힘을 합쳤기에 우리나라를 지켜낼 수 있었던 거겠지?”
고양시 동산동 창릉공원에는 ‘동산동 밥 할머니 석상’이라는 석상이 하나 있다. 이름이 무척 재미있는데,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아, 행주대첩에는 숨은 영웅이 하나 더 있다고 들었어. 동산동에 살던 할머니 한 분이 왜군들 몰래 냇물에 석회가루를 풀고는 그것을 조선군의 쌀뜨물이라고 속였다는 거야. 배가 고팠던 왜군들이 그 석회 물을 먹고는 배탈이 나서 사기가 크게 꺾여버렸대.”
“지혜가 대단한 분이셨구나. 동산동 밥 할머니에 대해 더 알고 싶은걸?”
이 할머니의 공적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부녀자들을 모아 여성 의병대를 조직하고, 행주대첩에 참가하도록 이끈 것도 바로 이 전설 속의 할머니라는 사실!
“그 할머니는 부녀자들이 싸울 수 있는 계기를 북돋워 주었을 뿐만 아니라, 군인들에게 밥을 지어주고 부상병을 치료해 주기까지 했대. 그래서 전쟁이 끝난 뒤에 인조가 이 할머니에게 벼슬까지 내려 주었다던데? 동산동 밥 할머니는 조선 최초의 여성 의병장이래.”
“군인들 모두의 정신적 지주 같은 분이었겠네. 어머니의 힘이 느껴져.”
충장공 권율 도원수의 영정을 모시고 있는 충장사 입구. 이곳에는 삼도가 표시되어 있는데, 이 길에는 꼭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고 한다.
“잠깐, 발걸음을 조심해! 우리 아버지한테 들은 적이 있어. 이 특이하게 생긴 길의 이름은 삼도라고 해. 길 한가운데만 색깔이 다르지? 삼도의 가운데 길은 신이 다니는 길이라, 신도라는 이름이 붙어 있대. 꼭 신도를 지나가야만 한다면 가벼운 목례를 해야 한다고!”
“깜빡할 뻔 했네. 나도 알고 있어. 우입좌출의 법칙도 있으니, 오른쪽으로 들어가야 하지?”
충장사를 다 살펴보았다면, 행주산성 산책로를 따라 계속 올라가보자. 동산동 밥 할머니와 여성 의병대를 생각한다면 조금 더 특별한 느낌이 들 것 같은데?
“어휴, 아까도 말했지만 정말 대단해. 아직도 정상에 도착하지 못했잖아. 지금은 계단이 만들어진 아름다운 산책길이지만, 조선시대에는 정비도 안 된 돌길이었을 텐데.”
“맞아.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에 이 길은 더욱 험한 길이었겠지. 어머니들은 가족들을 지켜내고 싶은 마음에 죽기 살기로 이 길을 올랐을 거야. 무거운 돌덩이를 지고 말이야.”
행주산성 전망대까지 올라가면 백운대, 노적봉, 나한봉, 문수봉, 보현봉이 보인다. 이 중 왼쪽에서 두 번째에 있는 것이 바로 노적봉. 노적봉에 숨은 이야기를 들어볼까?
“아까 동산동 밥 할머니가 냇물에 석회가루를 풀고 그것을 왜군에게 쌀뜨물이라고 속였다고 말했지? 그 때 왜군에게 ‘저것이 바로 조선군의 산더미 같은 군량미다’라며 보여주었던 것이 바로 저 노적봉이야. 노적봉을 볏짚으로 감싸서 쌀가마니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해.”
“들으면 들을수록 정말 굉장한 분이야. 어머니다운 모습이 엿보이는 대단한 지혜인데?”
산을 내려가며, 행주 농악놀이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행주대첩의 승전을 기리는 이 놀이에도 어머니들만의 특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는데?
“행주대첩제, 행주문화제와 같은 행사가 산성에서 펼쳐지면 어김없이 행주 농악놀이가 등장하는데, 농악놀이의 마지막에는 어머니들이 행주치마를 입고 ‘행주치마 놀이’를 펼친대.”
“나, 왠지 반성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야. 내가 여자라서 못 한다고 생각했던 일이 많았는데, 여길 둘러보고 나니 그게 전부 내 엄살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 너도 그러니?”
한 가지를 더 알려드리자면, 행주치마의 유래 또한 이 행주대첩에서 시작됩니다. 어머니들이 짧게 잘랐던 그 치마가 바로 우리들이 알고 있는 행주치마의 모양이랍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대단한 힘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행주산성에서 어머니의 힘을 느꼈다면, 오늘 저녁에는 우리를 지켜 주시는 어머니의 어깨를 한 번 주물러보는 건 어떨까요? 어머니들이 나라도 지킬 만큼 강한 힘을 얻을 수 있는 곳은 바로 가족들이니까 말예요.
눈물로 얼룩진 곳에 평화가 깃들길
- 강원도 고성군 -
총성이 멎은 자리에는 여전히 회색빛 얼룩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눈물로도 씻을 수 없는 통한의 아픔이 가슴 한편을 저릿하게 만들고 단단히 못 박힌 마음들은 굵은 쇳덩이로 서로를 겨냥하기에 바빴습니다. 전쟁이라는 단어가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요즘, 6.25 그 시련의 역사 속에 신음하던 지난날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부르짖던 마음을 생각하며 <트래블아이>가 제안하는 오늘의 미션‘안보관광 속에서 평화의 씨앗심기’
동족상잔의 가슴 아픈 비극이 서린 이곳. 여전히 삼엄한 경계와 안보교육을 통해 냉전중임을 실감할 수 있다.
“총성은 멎었지만 아직도 경계가 삼엄하네요. 그래도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전쟁과 안보에 관심을 갖는다는 하나의 증거겠지요?”
“그래.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안보교육을 통해 전쟁에 대한 현실과 나라 안보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도 평화 통일을 기원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단다.”
6.25전쟁체험관, DMZ박물관, 통일전망대 등은 유일한 분단국가의 현실을 보여주고 전쟁 발발 전후의 모습을 극명하게 제시한다. 그곳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어렸을 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도 부르고 통일이라는 주제로 글짓기도 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그런지 이곳이 우리나라 사람에겐 참 남다른 공간인 것 같아요.”
“그래 맞아. 휴전선을 사이로 남북이 갈라져 있는 분단의 아픔과 전쟁이 남긴 상처와 비극을 좀 더 자세하고 깊게 느낄 수 있단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후 이산가족 발생,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들, 불구가 된 가장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단지 사진으로만 보는 것인데도 당시의 긴장감이 생생하게 전해지는 것 같아요.”
“전쟁은 어린아이부터 청년들까지 빗겨가지 않고 참혹함을 가져다주었어. 기념관에 들어서면 당시 군 생활과 민통선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활을 인형으로 재현한 모습도 생생하게 볼 수 있단다.”
서로가 마주보고 환하게 웃는 그날을 바라본다. 서로에게 겨누었던 가시 박힌 마음은 이제 거두고 그곳을 서로의 손으로 어루만져 볼 날을 바라고 또 바라본다.
“나무에 종이로 된 나뭇잎들이 많이 달려있어요. 자세히 보니 무슨 문구가 적혀있네요."
"이건 평화를 기원하는 사람들이 키우는 나무란다. 각자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한 글자 정성스레 적어놓은 거지. 문구는 달라도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은 모두 같을 거란다. 여기에 평화의 씨앗을 심어보렴."
날이 좋으면 통일전망대에서 북한 땅을 자세히 바라볼 수 있다. 손이 닿을 듯 말 듯한 고향땅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염원이 산봉우리 사이사이마다 새겨져있다.
“뭐가 보이니? 저기 산봉우리 하나만 넘어가면 바로 북한군 초소가 보인다는 구나. 북한 사람들이 보이니?”
“북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라도 고향땅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에 큰 위안을 가지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찡해요.”
북한 주민들의 생활용품이 전시되어있다. 우리와 별 다를 것이 없는 생활용품을 전시관으로 바라보는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룡성콜라, 개성소주 등 북한물품들을 직접 보니까 신기해요! 그러고 보면 북한 사람들도 우리랑 크게 다르지 않나봐요. 전 북한사람들이라고 하면 멀게만 느껴졌었거든요.”
“그럼, 다르지 않고말고. 이렇게 서로를 알아가면서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이 바로 평화의 씨앗의 한 단계 자라나는 결과가 아닐까?”
어릴 적 감자 고구마를 캐며 실개천에서 멱을 감던 그곳, 정지용의 시에서처럼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자신이 살던 고향 땅을 눈앞에 두고도 밟지 못하며 두고 온 가족들 생각에 가슴에 피멍이 들도록 주먹으로 내리쳤을 이산가족들을 생각하면 통일이 절실한 것 같아요.”
“그렇지? 그 무엇보다도 가족들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제일 가슴 아프구나. 한 할아버지께선 죽기 전에 고향땅 한 번 밟아보고 죽는 것이 소원이라며 눈물을 훔치시더구나.”
고성이야말로 분단의 아픔이 가장 크게 서려있는 곳이라 하겠다. 남북이 갈라진 것 도 모자라 도까지 갈려 분단군으로 불리고 있으니 말이다.
“고성과 분단은 참 떼려야 뗄 수가 없는 단어란다. 그래서 더욱 평화와 통일을 희망하는 곳이기도 하지.”
“회색빛으로 물든 이곳도 많은 사람들의 평화의 씨앗으로 점점 밝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죠?”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군 생활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면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만큼 전쟁과 휴전은 우리와 동떨어진 먼 이야기가 아닌 현실임을 자각해야 할 때이지요. 정전 60주년을 맞이한 올해. 모두 나라의 안보와 평화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트래블아이>가 제안한‘안보관광 속에서 평화의 씨앗심기’가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여러분의 마음과 함께 하면서 말입니다.
꼬물꼬물, 살아있는 자연
- 경기도 화성시 -
어린 시절에는 집 밖으로 나서기만 하면 언제든 살아있는 자연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산이며 들, 냇가로 쏘다니기만 하면 작은 곤충이나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지요. 그런데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그런 호시절이 다 지나버리고, 이제는 문을 열면 잘 정비된 도로와 아파트가 즐비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곤 합니다. 다시 한 번 자연과 어우러져 놀아 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면, 이번 미션에 주목해 주세요. <트래블아이>가 드리는 이번 미션은 ‘제부도에서 자연을 만지고 오라!’입니다.
하루에 단 두 번, 썰물에만 바닷길이 열리는 신비의 섬 제부도. 물길이 열리는 시간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가면 섬에 갇힐 수도 있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섬이 바로 저 앞에 보이는데 왜 앞의 차들이 움직이지 않는 거예요?” “아직 바닷길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요즘에는 열 시에서 열한 시 사이에 바닷길이 열린다고 하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길이 열릴 거야.”
“도로까지 바다에 잠겨 있는 거군요! 바다에 잠겨 있던 길을 간다니 정말 신기해요!”
제부도에 도착하면 오른쪽, 빨간 등대가 보이는 길로 걷는 것을 추천한다. 이 길을 따라가면 해안산책로에 닿을 수 있는데, 이곳의 풍경이 아주 특별하다고 한다.
“이 길은 언제 와도 기분이 좋구나. 발밑으로 파도가 넘실거리는 모습이 멋지지 않니? 꼭 바다 위를 걷고 있는 것 같잖아. 밤에 가로등이 켜지면 운치가 더해진단다.”
“바닷바람에 기분이 좋아져요. 아, 안내도에도 그려져 있던 소라 모양 조형물이네요! 바다에 왔으니 소라 안에서 사진을 한 번 찍어야겠어요!”
제부도 갯벌 체험장에서는 호미와 장화를 대여해 주니 이 점을 참고해 두자. 해안산책로가 끝나는 지점부터 해수욕장이 이어지니 마음의 준비를 할 기회!
“해안산책로를 걸어 올 때까지만 해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바닷물에 발을 담가 보니 이제야 실감이 나요! 항상 텔레비전으로만 보던 바다였는데, 역시 직접 와 보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이것 보세요! 제가 주운 조개껍데기예요. 참 예쁘죠?”
“어디, 오늘 살아있는 조개도 잡을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
점심 즈음이 되면 바닷물이 저 멀리까지 밀려나가 갯벌이 드러난다. 갯벌 체험을 하러 온 사람들이 하나둘씩 바다로 나서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와, 저 아이가 들고 있는 그물망을 좀 보세요. 뭔가 가득히 담겨 있는데, 벌써 조개랑 게를 잡은 모양이네요. 저도 빨리 갯벌로 나가고 싶어요! 빨리요!”
“하하, 서두르지 않아도 돼. 오늘은 하루 종일 갯벌 체험으로 시간을 보낼 테니까 말이야. 고운 백사장이 펼쳐진 해수욕장도 좋지만,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갯벌이 더 매력적이지!”
제부도의 갯벌에서는 게나 고둥, 석화 등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11월 말까지는 제부도의 갯벌에서 바지락을 캘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일까?
“돌 틈마다 무언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어요. 저게 뭐지?” “가까이 다가가 보렴.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매일 송사리를 잡고 놀았는데 말이야.”
“저는 이렇게 살아 움직이는 생물을 가까이에서 본 게 처음예요! 세상에, 고둥이네요! 정말로 살아서 움직이고 있어요! 우와, 이쪽에는 게가 있어요! 빨라서 잡기는 어렵겠는데요?”
돌과 흙 아래로 재빠르게 숨어드는 게를 잡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게를 잡기 위해서는 특별한 비법이 필요할 것 같은데?
“여기, 내가 석화를 하나 까 놨어. 이걸 게가 숨어 있는 돌 앞에 놓아보렴.” “석화? 굴을 말하는 것이로군요! 게한테 이 굴을 주는 건가요? 왠지 좀 아까운데… 아, 아기 게들이 돌 틈에서 기어 나와 굴을 맛보고 있어요! 아직은 많이 조심스러운 것 같아요.”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렴. 게들이 곧 싱싱한 굴 맛에 반할 테니까.”
조개잡이 체험을 하기 위해서는 호미와 맛소금을 준비해야 한다. 조개 구멍을 찾아내어 소금을 뿌리면 조개들이 모습을 드러낸다는데?
“소금을 뿌리면 조개들이 구멍 밖으로 나온다고요? 그 이유가 궁금해요.”
“갑자기 짠 맛을 보게 된 조개들이 갯벌에 바닷물이 들어온 것으로 착각을 하기 때문이야. 여기 조개 구멍이 있구나. 소금을 한 번 뿌려볼래?” “어디… 앗, 정말이네요! 조개가 구멍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요!”
이렇게 채집한 고둥이며 게, 굴과 조개들을 양동이 안에 모아두면 작은 바다를 만들 수 있다. 집까지 데려오면 금방 죽어버리니, 돌아가는 길에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 줄 것.
“애써 잡은 조개들인데 꼭 놓아주어야만 하는 건가요?”
“당연하지. 이 조개들의 집은 바로 이곳이니까 말이야. 자연을 체험하러 왔으니, 자연을 배려하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되겠지?” “제 생각이 짧았어요. 잠깐, 조금만 더 구경하고 금방 갯벌로 돌려보내 줄게요.”
자연과의 만남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이 세상을 터전 삼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 뿐 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 일상에서의 행동 또한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갯벌 체험을 마친 뒤에는 제부도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둘러보고,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겠지요?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바다 냄새에 흠뻑 취해 보기도 하며 오감으로 느낀 바다는 아주 오랫동안 잊혀 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역사와 과거의 발자취를 걷다
- 경상북도 문경시 -
새도 쉬어간다는 뜻의 ‘문경새재’. 그 문경새재가 있는 곳이 바로 경북 문경입니다. 문경은 내륙 지역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과따기 체험, 레일바이크 등 최근 다양한 관광 상품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문경이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문경의 수려한 자연 경관과 역사적 가치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 <트래블아이>의 미션은 내륙의 산세가 뽐내는 문경의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문경에 얽힌 역사적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것입니다.
고개가 험준해서 날아가는 새들도 쉬었다 간다 해 ‘새재’라는 이름이 붙었다. 문경 새재를 기념하는 표지석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는 마침표 역할을 한다.
“전국에 고개가 이곳뿐인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걸까?”
“그건 아마 문경새재만이 가진 이야기와 느낌 때문이 아닐까? 그 옛날 조상들이 걸었던 것처럼 여전히 호젓하고, 또한 가파르지만 사색에 잠기게 하는 게 문경새재의 매력인 것 같아.”
수많은 역사 유적지를 가진 문경새재의 산길을 걷다보면, 선조들의 숨결과 함께 자연, 문화, 역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역시 자연 속에 더불어 살아가는 민족이라 할까.
“문경새재 과거길은 옛날 남도 지방의 선비들이 과거를 치르러 한양에 갈 때 거쳐갔던 길이라 해서 과거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대.”
“그렇구나. 과거보러 가는 선비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옛날이나 지금이나 출세를 꿈꾸는 마음은 매한가지이겠지? 그 때를 상상하며 걸으니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져.”
그 옛날 선조들이 걸었을 때는 지금보다 더했겠지만, 지금도 문경새재를 오르다 보면 숨이 차다. 걷는 이의 수고로움을 숲길의 솔방울 냄새가 달래준다.
“저기 벤치가 있네. 옛날 과거 보러 가던 선비들은 바위에 앉아서 쉬었겠지?”
“그러게. 한적한 숲길에 현대식 벤치가 있으니 편히 쉴 수 있어 좋은 한편, 옛날 우리 조상들은 길을 가다 쉬고 싶으며 어떻게 했을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솔방울 냄새가 은은해서 올라가는 동안 힘든 것을 잊을 수 있는 것 같아.”
문경새재를 걷다보면 한시가 적힌 바위들의 군집을 마주하게 된다. 한시 비석을 보면 마치 조선시대 등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듯 한 착각에 빠진다.
“정말 가을은 가을인가 봐. 문경새재 숲길에도 낙엽이 한가득이네.”
“그러게. 문경새재는 한반도에서 중부 내륙에 위치해 있어서 기온이 따뜻한 것 같아. 그래서 늦가을에도 걷기 좋은 것 같아. 그리고 산 속에 한시가 적힌 바위가 있어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것 같아.”
지금은 폐광이 된 문경 일대 탄광지대는 탄광박물관 등 관광상품으로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레일바이크, 탄광 갱도 체험 등이 그 예이다.
“문경은 조선 시대의 역사만 유명한 줄 알았는데, 과거 산업화 시대의 영화를 누렸던 곳이기도 하구나.”
“그럼. 문경에 오면 탄광체험을 빼놓을 수 없지. 일반인들은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탄광 갱을 체험열차를 타고 들어갈 때의 짜릿함은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문경만의 매력이지.”
문경새재 숲길에는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산이 깊으면 계곡도 깊듯, 문경새재 숲길 역시 숲길 사이로 난 개천을 마주할 수 있다.
“문경새재는 고갯길이라 나무와 바위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그럼. 산이 높을수록 계곡도 깊다는 말 못 들어봤어? 문경새재 역시 높고 험준한 만큼 곳곳에 계곡과 개천을 볼 수 있어. 개천 따라 걷다보면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것 같지 않니?”
문경이 문경새재로 유명하다고 해서 고갯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자로 뻗은 평지길도 있다. 가로수 사이로 곧게 뻗은 길은 산책하기 더없이 좋다.
“문경새재도 좋지만 평지는 없어? 조금 쉬엄쉬엄 걸을 수 있는 그런 길 말야.”
“있지. 문경에는 휴양림도 많아. 또 산길이라 해도 모두 경사지고 힘들기만 한 건 아니야. 잘 찾아보면 평지도 많고 특히 나무 사이로 난 길을 걷다보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
문경새재 숲길을 걷다보면 곳곳에서 소박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누가 놓았는지 모를 개천 위의 외나무다리는 향토적이면서도 지나는 이의 웃음을 짓게 한다.
“문경은 내륙 관광지답게 오밀조밀 숨겨진 명소가 많은 것 같아.”
“그렇지. 그리고 꼭 명소가 아니더라도 지나다 보면 ‘앗’ 하고 감탄할 수 있는 곳도 많은 것 같아. 마치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소박한 외나무다리처럼 말야.”
경북 문경에는 문경새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문경은 옛날 우리 선비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며, 또한 산업화가 활발히 진행되던 지난 시절의 영화가 아련히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방문하는 것보다는, 역사를 알고 방문한다면 더욱 알찬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문경새재 숲길만이 주는 고적한 느낌에 심취한다면 문경을 방문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트래블아이>를 따라 문경에 놀러와 보지 않으실래요?
전설 속에 묻어나는 절경
- 전라북도 남원시 -
지리산을 감싸고도는 기나긴 길들은 지리산 옛길, 고갯길, 숲길, 강둑길, 논두렁길, 마을길 등 다양한 테마로 엮여 5개 시군, 100여 개 마을을 연결합니다. 이 길에서 지리산이 보듬어온 역사와 문화를 만나기도 하고 자기 회고와 성찰의 기회를 내어주기도 합니다. 전북 남원시에도 지리산 둘레길이 있습니다. 이중 특히 호젓한 숲길과 청초한 계곡, 때 묻지 않은 산촌의 풍광을 함께 만나는 둘레길은 ‘구룡폭포 순환코스’만한 길도 없습니다. 구룡폭포에서 지리산의 백미를 맛보는 것, 그것이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지리산 트레킹코스의 대표 격인 구룡폭포 순환코스는 짧지 않은 코스와 급경사가 적잖이 놓여 있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의 표정에서 한껏 여유가 묻어나는 이유는 뭘까?
“이 길은 그다지 멀거나 험하지 않아 좋아. 트레커들에게 반나절 나들이 코스로 딱이야!” “그래? 육모정~구룡폭포 구간에 지리산 둘레길 제1코스를 더해 7km가 넘는다는데, 결코 만만한 길도 아니라고.”
“7km씩이나? 다시 생각하니 좀 버거울 수 있겠어. 하지만 도전의식이 절로 생기는데?”
산행의 시작은 육모정이다. 춘향묘와 국립공원관리공단 북부사무소 구룡분소가 자리해 있다. 이곳 굽이치는 용소에 다다르면 정자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널찍한 암반에 6개 기둥을 한 정자라서 ‘육모정’이라 했겠지?” “오~ 이제 제법 트레버다운 면모가 나오는걸?”
“하하, 과찬의 말씀!” “여기서 정령치 방향으로 저 포장도로를 따라 걸으면 구룡계곡 입구를 만날 수 있을 거야.
한국의 명수(明水) 구룡계곡답게 가는 곳마다 절경이 펼쳐지고 있으니 한곳에서 오래 머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다 보면 아홉 절경을 모두 만날 수 있다는데?
“가만 있자. 저기는 소나 말의 먹이통인 구유처럼 생겼어!”
“이야~ 여기가 바로 구시소로구나! 이 바닥에 크고 작은 온갖 바위가 산재되어 있다는데, 그 모양새가 정말 아름답다지.” “하지만 곡의 절경에 취해 있기에는 꽤 빠듯한 시간이야! 자, 슬슬 또 가보자고.”
구시소에서 어느 정도 오르면 계곡이 급경사를 이룬다. 하지만 흐르는 물소리, 때때로 불어오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며 가다 보면 고생스럽다는 생각은 금세 사라진다.
“가는 내내 자연이 들려주는 합창소리에, 이야~ 암반 밑으로 흘러내리는 물줄기의 저 명경지수, 가히 일품이로구나! 그런데, 유선대 주변에 저 특이한 모습을 한 바위는 균열이 가 있어. 훼손된 건가?”
“언제 저런 금이 생겨났는지 알 수는 없지만, 바로 저기서 신선들이 바둑을 뒀다지.”
구룡폭포까지 이어지는 계곡길은 때 묻지 않은 지리산의 청정자연으로 수놓아져 있다. 때문에 맑은 계곡수를 따라 녹음 속 청신한 기운을 만끽하며 산행을 즐길 수가 있다.
“왼쪽을 봐! 만복대, 고리봉, 세걸산으로 이어진 지리산 서북능선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목적지인 구룡계곡도 다 와간다는 신호겠지?”
“맞아, 기분 좋은 신호로구나. 지리산은 장중한 규모만큼이나 수많은 계곡을 품고 있지만. 그중 산세와 풍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인 구룡계곡을 곧 만나겠어!”
구룡계곡 순환 트래킹코스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구룡폭포일 것이다. 비스듬히 누운 와폭 형태의 이 폭포는 비가 내린 날 그 웅장함이 더하다.
“딱 봐도 알겠어! 한 폭의 산수화가 살아 움직이는 저 모습….여기가 바로 구룡폭포로구나!” “맞아! 남원 사람들이 여기를 이 고장의 제1경으로 인정한 이유를 비로소 알겠다!”
“아홉 마리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을 간직한 폭포, 저토록 풍부한 수량을 보유하고 있으니 아홉 마리의 용이 실컷 놀다 가기에 족하겠어!”
동편제 소리꾼들에게는 성지와 다름없는 곳이 바로 구룡폭포다. 각고의 노력 끝에 득음을 이뤄내듯 이 수행의 폭포와 한 곡조 뽑아 경합을 벌여보자.
“그렇게 불러서야 어디 명창이 되겠어? 배에 더 힘을 줘봐!” “아이고~ 내가 감히 이 폭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니…. 득음은 꿈도 못 꿀 기세야!”
“하지만 송만갑, 박초월, 강도근 등 당대 최고의 국창, 명창들이 이곳 웅장한 폭포소리에 맞서 절세의 소리를 다듬어냈다지. 정말 대단해.”
폭포 주변은 풍광을 트레커들이 속속들이 탐방할 수 있도록 나무나 철제로 된 데크, 현수교 등이 마련되어 있다.
“저 흔들다리로 건너가자. 폭포 주변의 기암괴석이 운치를 더해줄 거야.” “정말이네. 녹음 사이 쏟아지는 밝은 빛을 벗 삼으니 또 다른 관조를 맛볼 수 있구나.”
“어때? 왠지 신선놀음이라도 하는 기분이 들지 않아?” “그보다도, 이 아찔한 높이에 휘청, 아찔한 풍광에 또 휘청~. 용을 타고 비상하는 듯해!”
남원이 자랑하는 8경 가운데 제1경인 구룡계곡까지 빙 둘러오는 지리산 둘레길에는 여유와 소리가 함께합니다. 산책하듯 산행하고 산행하듯 산책하다 보면 아홉 마리의 용이 노닐었다는 전설 속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다시 속살대는 숲과 청량한 구룡폭포가 들려주는 노랫소리에 흥이 돋습니다. 거기에 바위들 하나하나가 전해주는 이야기까지 더해지면서 코스가 끝날 때까지 기분 좋은 산행은 계속됩니다. 구룡계곡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여러분은 어떤 전설을 들을 수 있었나요? 그 속에 아홉 절경을 모두 찾을 수 있었나요?
종이 책에 취하다
- 부산광역시 중구 -
‘책을 읽다’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들릴 것입니다. 두 손에 들어오는 종이묶음은 반으로 접혀있는 형태를 하고, 한 장 한 장이 넘어가면, 머릿속에서는 새로운 세상이 점차 선명해져 갑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책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져 버렸습니다. 언젠가부터 작은 화면 속에 담긴 글자를 읽어 내려가는 형태의 E-BOOK이 탄생하고, 사람들은 교과서 이외에는 책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었다고들 말합니다.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사라져 가는 책을 마음속에서부터 되살려라!’입니다.
종이가 사각거리는 소리, 조금은 날리는 먼지와 오래된 종이의 텁텁한 냄새가 향수를 자극한다. 이래저래 쌓인 책들이 정겹다.
“종이에 쓰여 진 분류표는 처음인 것 같아. 대형서점의 체계화 된 분류만 보다가, 손글씨로 철학, 자기개발, 종교서적 하고 쓰인 것을 보니 정말 옛 골목에 온 것 같은 기분이야.”
“조금은 현대적으로 개선을 한다면, 더 큰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을텐데도 이런 전통과 문화를 이어가는 것이 놀라워.”
그저 헌 책방의 고리타분함만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현대적인 공간으로 구성되어있는 것 같다. 어떤 것들이 새로움을 더해주고 있을까?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골목 여기저기에 들어서 있는 모습이, 꼭 책 한 권을 사서 저 곳에 들려보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야.”
“책과 커피는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지. 현대적인 해석이기도 하지만, 이런 헌책 골목의 헌책들과도 찰 어울리는 건 사실이야.”
책을 사고, 팔고. 공부가 하고 싶었던 지식인들이 모여 이루어낸 책방골목. 그들의 지식이 돌고 돌아 이곳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본래 이 책방 골목은 노점상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 알고 있어?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헌책을 팔기 시작한 것이 이렇게 하나의 문화가 만들어졌다고 해.”
“그래서인지 책방 안에 들어가기보다도, 이렇게 좁은 골목을 지나면서 밖에 내어져있는 책들이 더 구경하기 좋은 것일까?”
날이 저물자 책방이 하나 둘 씩 문을 닫는다. 뽀얀 빛을 내뿜던 전구가 꺼지고 우당탕하는 정겨운 소리와 함께 가게 셔터가 닫힌다. 비밀스러운 변신을 시작하는 것이다.
“닫힌 책방들에서도 볼 것이 있다니 놀라워. 하나하나 놓칠 것이 없는 책방 골목이라는 말이 헛소문은 아니었나봐.”
“맞아. 뿐만 아니라 그저 좁은 길바닥에도 향수를 자극하는 비밀스러운 공간들이 있으니 그것을 따라 걷는 것도 재미있어.”
책방 골목을 반쯤 지났을까, 옆으로 난 높은 계단길이 보인다. 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어떤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 같다.
“동화 속 세상을 그림으로 그려 벽화마을을 만들어 두었구나! 아이와 함께 온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
“아이들은 동화 속으로 직접 들어온 듯한 기분에 신이 나서 뛰어다니고 있어. 하지만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아!”
글자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캘리그라퍼들은 디자인적인 글자를 써내기 위해, 그 속에 많은 감정들을 담아 두었나 보다.
“보수동 책방골목에 왜 캘리그라피 갤러리가 있는 것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글로 이루어진 예술이니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는 해. 게다가 글자를 지루하게 배치해 놓은 것이 아니라 이리저리 줄에 걸려 빛을 받고 있는 캘리그라피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화려한 것 같아.
이곳의 책들은 어느새 문화가 되었다. 그래서일까? 이곳에서 매년 열린다는 책방골목문화행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책은 읽는 것이지, 소리가 어디에서 난다고 소리를 듣자 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것일까?”
“에이.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 책의 소리는 책장을 넘길 때부터 시작해서 책을 덮을 때 까지 모든 것이 소리가 되어있어. 게다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의 목소리를 떠올려보면, 책에서 소리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걸?”
켜켜이 쌓인 책들을 둘러보다, 어릴 적 보았던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이 책이 맞는지는 가물가물 하지만,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살아있는 주인공이 생각난다.
“이곳에 오면 오래된 추억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 같아. 책뿐만이 아니라 오래된 사진기, 삐걱이는 나무의자까지. 향수를 자극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
“책을 무작정 쌓아놓고 파는 노점상도 아니고, 이제는 조금은 체계화 되어서 볼 것도, 배워갈 것도 많은 부산의 명물인 것은 분명해.”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는 상인들이 모여 만들 ‘번영회’가 있다고 합니다. 최근 헌책방 기증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그들은, 책에 대한 사랑과 헌 책의 가치를 잘 아는 사람들임이 분명하지요. 여러분은 이곳에 오면 어떤 가치를 찾을 수 있을까요? 적어도 E-BOOK 보다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넘치는 책을 한 번쯤 되돌아볼 수 있다면, 이곳을 찾은 이유가 충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예견되는 종이책. 그 종이책에 대한 가치를 마음 속에서부터 살려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