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야, 다시 달려라!
- 경기도 의왕시 -
더 이상 ‘칙칙 폭폭’라는 소리를 내며 달리지는 않지만, 기차역에만 서면 왠지 모를 설렘이 느껴지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버스는 너무 느리고, 자동차는 너무 비좁으며, 비행기는 너무 빠르니 여행에 가장 좋은 교통수단은 기차일 것입니다. 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탔던 기차만큼 짙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흔치 않을 텐데, 사이다 한 병에 삶은 계란, 혹은 김밥 한 줄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면 오늘의 미션을 수행하기에 딱 알맞은 분일 것 같습니다. <트래블아이>가 권하는 오늘의 미션, ‘기억 속의 기차를 찾아라!’
철도박물관은 1988년, 용산의 철도 기념관을 모태로 하여 개장했다. 증기 기관차부터 전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델의 열차 실물이 이곳에 모여 있다는데?
“저 간판을 좀 봐. 역장과 기관사, 안내양 언니의 얼굴까지 새겨져 있어. 모두 내 기억 속 모습 그대로야. 웃고 있는 모습들이 즐겁다기보다는 참 아련해 보이는구나.”
“저도 여행을 갈 때 종종 기차를 타곤 하는데, 아주 어렸을 때 갔던 가족여행처럼 정겨운 모습은 찾기 힘든 것 같아요. 오늘 제 추억 속의 기차도 찾을 수 있을까요?”
박물관 입구에서 건물까지 이어지는 길은 철골로 만들어져 있다. 푸른색이 칠해진 이 철골 길을 걷다 보면 저도 모르게 추억이 떠오른다.
“조금만 천천히 걷자꾸나. 아주 느린 기차를 타고 다리 위를 건너는 것 같아.”
“아직 박물관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추억에 젖으신 것 같아요.” “그럼. 내가 어떻게 이 풍경을 잊을 수 있겠니. 산으로 들로, 기차가 달리는 것을 보며 얼마나 황홀해 했는지! 내가 어렸을 때에는 기차를 탄 게 큰 자랑거리였단다.”
실내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정면에 놓인 커다란 모형 증기 기관차. 실제 차량은 아니지만, 상상력이 샘솟는다.
“어렸을 때 보았던 만화, <은하철도 999> 속의 바로 그 열차예요! 만화 속의 그 열차에 얼마나 타고 싶던지! 경적도 울릴 수 있는 바로 그 열차 맞지요?”
“맞아. 바로 그 열차야. 저쪽에 달리는 증기 기관차의 정면 모습은 꽤 압도적인데? 앞에 서 있으니 얼른 비켜서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실내 전시실에서는 세월이 따라 변해가는 기차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증기 기관차인 팟휭빌리부터 디젤 전기 기관차에 이르기까지!
“기차의 변천사를 보고 있으니 시간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난 철도 건널목 모형이 참 마음에 드는구나. 지금도 지방에서는 많이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저것도 곧 사라져버리지 않을까? 발전은 좋은 일이지만 이런 때에는 조금 씁쓸해.”
“그런 생각은 못 해 봤어요. 다음에 철도 건널목을 보면 기념사진을 찍어둬야겠네요.”
철도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 철도 모형 파노라마 실. 운영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미리 확인해 보고 가자. 이곳에서는 그야말로 추억이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데?
“기차가 하나 둘씩 달리기 시작해요! 정말 멋진데요? 우리나라의 철도 역사가 바로 이곳에 있군요! 야경도 정말 멋져요. 밤기차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아까 내가 했던 말과 비슷하구나. 저 기차도, 이것도 이제 사라져버린 기차구나. 달리는 모습을 보니 좋은데? 이곳은 잊어버린 것과 잃어버린 것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곳이야.”
실외에는 여러 기차들의 실제 차량들이 전시되어 있다. 증기 기관차 뿐만 아니라, 대통령 전용 열차까지 없는 것이 없는 진기한 보물창고!
“빨간색에 노란색, 초록색까지! 이 알록달록한 기차들이 한 번에 달린다면 정말 진풍경일 것 같아요. 아까 철도 모형 파노라마 실에서 보았던 것처럼 말예요!”
“몇몇 열차를 제외하고는 모두 타 본 것이구나. 모처럼 철도 박물관에 왔으니, 철로에 누워 사진이라도 찍어볼까? 철도 박물관에서가 아니면 평생 못 해 볼 일이니 말이야!”
2000년에 비둘기호가 사라졌고, 개통 당시에는 초특급 열차였던 통일호도 2004년에 자취를 감추었다. 젊은 층도 비둘기호와 통일호라면 타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둘 다 저도 들어본 적이 있어요. 없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차인가 봐요.” “맞아. 너 어렸을 때 탔던 열차가 바로 비둘기호란다. 완행열차라 가족여행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지. 강촌으로 여행을 갈 때에는 경부선 열차인 통일호를 많이 타곤 했지.”
“아, 기차인데 왜 이렇게 느리냐고 했던 그 열차가 바로 비둘기호군요!”
철도 박물관의 가장 인기 있는 포토 존도 바로 이 실외 전시장에 있다. 경례를 하고 있는 기관사의 모습으로 사진을 찍었다면, 기관석에 올라 기관사가 되어보라!
“이 열차는 실제로 타 볼 수도 있어요! 기관석까지 연결되어 있는데요? 기차 운전 한 번 해 보고, 객실에 잠시 앉아 있다 갈까요?”
“그러도록 하자. 둘 다 아주 좋은 추억이 되겠구나. 자, 네 마음대로 기차를 운전 해 보렴. 너 어렸을 때에는 장래 희망이 기관사였단다.”
철도 박물관은 찾는 사람들 중에는 지식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추억을 되새기기 위해 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금도 기차는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사라진 기차에 대한 그리움을 더 커지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철도 박물관은 기차를 좋아하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기차 여행에 추억을 가진 모든 연령층의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지요. 철도 박물관에 다녀왔다면, 곧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는 우리 주변의 장소들에서 기념사진을 한 번씩 찍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생김새로 판단하면 안 돼!
-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
흉측한 생김새 때문에 쉽게 접하기 힘든 생선, 아구. 지금은 아구 요리를 취급하는 곳이 많지만, 예전에는 흉측한 이빨에 배만 불룩하게 나온 아구가 그물에 걸리면 다시 바다로 텀벙하고 던져버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생긴 아구의 별칭이 바로 ‘물텀벙’입니다. 인천 지역에서는 아직도 이 오래된 이름으로 아구를 부르고 있다고 하는데요, 미추홀구에는 ‘물텀벙 골목’까지 조성되어 있을 정도로 아구 요리를 별미로 취급한다고 합니다. <트래블아이>가 드리는 오늘의 미션, ‘물텀벙 요리를 배워라!’입니다.
미추홀구 용현동의 물텀벙 거리는 제물포역 1번 출구로 나오면 찾을 수 있는 곳. 선창에 내려놓아도 사 가는 이가 없던 물텀벙이 30여 년 전 부터 새롭게 태어났다.
“위를 좀 봐! 물텀벙 특색음식거리라는 간판이 있어. 여기가 바로 아구 거리, 물텀벙 거리구나. 골목 안으로 보이는 음식점들에 모두 물텀벙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어.”
“생각할수록 재미있는 이름이야. 외모는 흉측하지만 맛은 정말 최고지. 오독오독 탄력 있는 물렁뼈와 부드러운 속살의 조화가 매력 있지 않니? 오늘 배울 물텀벙 요리가 기대 돼.”
다른 지역의 척 보기에도 빛깔 고운 음식과는 거리가 먼 물텀벙 거리. 대체 이곳은 어떤 이유로 물텀벙을 대표 별미로 삼게 되었을까?
“용현동에 몰려 있는 포장마차 때문이지 뭐. 거기는 하역 노동자들이 많이 모이던 곳인데, 그 사람들이 이 값싸고 못생긴 물텀벙을 안주로 많이 먹었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생선인지라 값도 싸고, 물텀벙으로 끓여낸 탕의 시원한 국물 맛이 술안주로는 일품이니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셈이지 않겠어?”
아구 요리로 유명한 곳은 경상남도 마산과 전라북도 군산, 그리고 인천 남구. 이 세 지역에서는 모두 다른 방법으로 아구를 요리한다?
“어디 보자. 마산에서는 말린 물텀벙을 다시 물에 불려 쪄 먹거나, 콩나물이랑 미나리와 함께 볶지. 군산에서는 된장 국물에 생 물텀벙을 졸인 다음에 콩나물 대신에 미나리랑 부추, 양파를 얹고 말이야."
" 그리고 우리 인천에서는 생 물텀벙으로 찜을 하고 말이야. 여기선 특히 복지리보다 더 칼칼하고 담백한 아구맑은탕이 대표 음식이지.”
아구맑은탕은 지리라는 말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맑은 생선국을 가리키는 말인 지리는 일본어로, 순화되어야 할 용어 중 하나라는 사실을 기억해 두자!
“콧등에 땀이 맺히도록 맵게 해서 먹는 물텀벙찜도 맛있지만, 맑은 국물을 끓여 먹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지. 날씨가 찬 날에는 맑은 국물이 속을 아주 환하게 해 주거든."
" 이 맑은탕의 맛을 좌우하는 육수는 다시마, 북어 머리, 멸치를 넣고 우리는데, 건져내는 시간에 따라 육수의 맛이 달라져.”
아구찜을 파는 곳은 많아도, 아구맑은탕을 파는 곳은 흔치 않다. 아구맑은탕을 배우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한 번 짚고 넘어가 볼까?
“두말 할 것 없이 싱싱한 물텀벙이지 뭐. 요즘엔 냉동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보다는 역시 얼리지 않은 놈이 맛있어. 500g 정도면 딱 2인분 정도 될 텐데, 흐르는 물에 물텀벙을 잘 씻어주기만 하면 돼."
"비린내를 빼고 싶으면 소주에 담궈 두고. 나머지 재료는 콩나물이랑 미나리, 파, 양파, 무, 매운 고추 정도면 충분할 테고 말이야.”
속이 뻥 뚫리는 아구찜은 그 맛을 보면 가히 인천의 별미라 할 만하다. 이 맛에 뭔가 남다른 비결이 있을 것 같은데.
“이 맛에는 어떤 비밀재료가 들어가기에 이렇게 중독성이 있는 거죠?” “우리는 해물 재료를 전부 인천연안부두에서 직접 가져와요. 물텀벙부터 낙지나 조개류도 모두 살아있는 생물로.”
“쫄깃쫄깃하고 부드러운 물텀벙 살은 바로 인천 앞바다의 살아있는 맛이었군요!”
아구찜을 다 먹고 나면, 볶음밥을 주문해서 볶아 먹을 수 도 있다. 콩나물이 듬뿍 들어간 매운 아구찜과는 또 다른 별미로 꼽히는 볶음밥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에 먹는 이 볶음밥은 꼬들꼬들 한 밥알이 입안에 굴러다녀 맛의 재미를 주지 않아? 안 먹고 갔으면 꽤 섭섭할 뻔했지.”
“정말~ 다음에 오면 탕도 한번 먹어보자. 좋은 재료만 넣었대. 푹 우린 육수에 싱싱한 물텀벙을 쓰는 거지.”
물텀벙에는 비타민 B2와 콜라겐이 풍부해 피부 미용과 노화 예방에 아주 좋다. DHA 성분이 풍부하여 두뇌 발달에도 좋으니, 알고 먹으면 더 맛있지 않을까?
“또 이 물텀벙에 포함된 비타민은 체내 흡수가 잘 되고 필수 아미노산도 풍부해서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기도 하지. 이게 생긴 건 이렇게 생겼어도, 여러모로 좋은 생선이야.”
“매콤하면서도 깔끔한 국물 맛이 일품이네요. 뜨거운 국물에 담백한 물텀벙이 살 한 점, 그리고 아삭한 콩나물이 더해지니 정말 맛있어요. 여기, 밥 한 그릇만 더 주시겠어요?”
한 번 들으면 쉽게 잊혀 질 것 같지 않은 이름, 물텀벙. 척 보기에도 흉측하게 생긴 아구지만 물텀벙이라는 귀여운 이름으로 부르니 조금은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제 물텀벙은 ‘물에 버린다’는 뜻을 벗어나, 물텀벙이라는 어감에서 오는 이 친숙함을 강조하기 위한 애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할 것입니다. 인천에서 별미를 찾으신다면, 인천의 대표 별미를 맛볼 수 있는 용현동 물텀벙 거리에서 시원한 아구지리탕은 어떠신가요?
초련한 백련의 아름다움
- 전라남도 무안군 -
초련히 피어난 꽃은 그 자태에서 순수함이 묻어납니다. 하지만 연꽃은 조금 다릅니다. 진흙 속에서 위태로운 뿌리를 두고 고고한 꽃을 피어내는 모양새가 애처롭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어디에도 비할 수 없을 만큼 멋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연꽃이 마을을 모두 감싼 전라남도 무안의 백련지 마을에 가면 황홀함과 동시에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다고 하네요. 흰 연꽃이 가득히 치어 장관을 이룬 여름의 무안!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백련지마을의 아름다움에서 생명의 힘을 느껴라!'입니다.
어디선가 맑은 꽃향기가 풍겨온다. 달콤하거나 향기로운 보통 꽃의 향기와는 다르다. 향기가 맑다니! 과연 어떤 꽃일까?
“전남 무안은 슬픈 역사가 가득한 곳이라고 들었어. 일제시대의 슬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무안에는 어떤 슬픔이 남아있을까?”
“글세, 이렇게나 맑은 향기가 풍겨오는 곳에 다다르면 그런 걱정은 사라질 거야. 눈물로 만들어진 역사의 흔적 속에서 희망을 찾아보라구!”
다 돌아보려면 족히 한 시간은 걸릴 것 같다. 흰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 초여름의 꽃마을은 푸른 연잎의 기세가 대단하다.
“50여년전, 연꽃을 심은 후 12마리의 학이 내려앉는 꿈을 꾸었다는 전설이 있는 마을이야. 몇 그루도 되지 않던 연꽃이 어떻게 이렇게나 많아질 수 있는 것일까?”
“연꽃은 ‘다산’을 상징한다고 하잖아. 이렇게나 좋은 번식력이라도 이곳의 정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긴 하겠지만 말이야.”
세상에, 이렇게나 뽀얀 빛이 풍겨오는 꽃이 있었다. 희고 고운 백련이 군락을 이룬 이곳은 마치 천상에 온 것 같다고 해야 할까?
“꽃이 피기 시작하는 초여름을 지나 연꽃이 가장 환하게 피어나는 여름이 되면 이곳에서 축제가 열린다고 해!”
“축제가 열리지 않아도 이렇게나 화려하고 웅장한 백련지 마을을 더 실감나게 즐길 수 있겠구나! 과연 어떤 프로그램으로 진행될까?”
마치 꽃들이 시시콜콜 수다를 떠는 것 같다. 고요한 바람소리만 흐르는 이곳이지만 허전하지 않은 무언가가 가득 차 있는 듯하다.
“원래는 배를 타고 노는 조그만 저수지 이었다고 해. 일제가 남긴 아픈 흔적으로 남을 뻔 했던 저수지가 이렇게나 멋지게 변신했어!”
“필요해 의해 만들어지고, 필요가 없어진 채 버려졌지만 이렇게 연꽃을 피워낸 아름다움이 남았다니. 연꽃이 피워낸 것은 꽃 뿐만이 아니라 희망이 아닐까?”
연잎 사이로 살짝 고개를 내민 연꽃은 다가갈수록 그 자태에 점점 더 빠져들게 된다. 물방울이 고이는 연잎을 보며 슬쩍 미소 짓는 것 같다.
“저수지에 작은 배를 띄워 노를 저어가면 물살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연잎들이 참 인상적이야. 연잎이 만들어 낸 길을 지나다니! 멋있지 않아?”
“연잎들만의 세상인 것 같지만, 이렇게 그 속으로 들어오니 직접 연꽃의 생생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
늘 물에 떠 있는 연꽃만 보았는데, 이렇게 키 높이만큼 솟아오른 연잎은 처음이다. 이 연꽃들은 어떻게 자라난 것일까?
“꼭 만화 속에서 연잎을 우산처럼 쓰고 다니는 캐릭터들이 생각나. 만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실존한다니 너무 놀라워!”
“하긴, 사람 키만 하게 자란 연잎들은 이곳 무안의 토양이 얼마나 비옥한 황금의 땅인지 앞장서서 확인시켜 주려는 것이 아닐까?”
회산(回山)마을은 모든 기운이 뭉쳐진 것 같다. 아름다움, 건강함, 그리고 여유까지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의 이름이 참 잘 어울린다.
“조그만 저수지에서 시작 된 연꽃은 50년이 지난 지금 동양 최대의 백련 자생지로 각광받고 있다고 해.”
“노력과 정성이 모인 것이지. 백련의 생명력도 대단하지만 무안의 사람들이 앞장서서 키워 낸 연꽃들은 이제 그들에게 산업적 발전이라는 보답을 하고 있다고 해.”
연꽃 차 한 잔에 마음이 포근하다. 백련의 맑은 향기만큼이나 그 독특한 풍취를 한 모금 마시면 눈앞에 다시금 백련지 마을이 펼쳐진다.
“무안에서 생산된 ‘하늘백련’이라는 브랜드에서는 어떤 것을 만들고 있을까?”
“물론 연을 활용한 것이겠지! 연잎쌈밤, 연꽃차를 비롯해 연꽃마을의 제품은 전국으로 팔려가고 있다고 해. 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새로 생긴 숙박시설도 이용할 수 있어서 연꽃의 황홀함을 마음껏 느낄 수 있게 되었어!”
예로부터 풍요와 다산을 상징한다고 하는 연꽃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주 친근한 꽃입니다. 가까운 사찰에만 가더라도 한 번 정도는 빠짐없이 보게 되는 연꽃. 수줍은 듯 연잎의 보호를 받으며 조심스럽게 피어난 연꽃은 많은 이들에게 행복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전라남도 무안의 백련지 마을에서 희고 깨끗한 자태를 뽐내는 백련을 만나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백련의 수려함과, 끝없이 펼쳐진 백련마을의 연꽃들에게서 황홀함과 생명력의 기운을 느끼고 돌아오길 바랍니다.
의병의 길을 걷다
- 경상남도 의령군 -
여느 지역이었다면 그저 옛 성곽을 닮았을 뿐인 관문이지만, 경남 의령군 입구는 조금 더 남다릅니다. 이 관문에서부터 임진왜란 때 이 땅을 짓밟던 왜군을 당당하게 몰아낸 고장으로서의 자부심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곳 백마에 올라탄 홍의장군 망우당 장군 동상만 보더라도 의령은 그가 나고 자란 곳, 나아가 여기가 진짜배기 의병의 고장이란 사실도 깨닫게 됩니다. 의령은 홍의장군, 독립운동가 안희제 등 걸출한 인물들을 많이 배출한 만큼 둘러볼 곳도 정말 많지만 망우당의 흔적을 쫓는 여정이 바로 오늘 <트래블아이> 미션입니다.
자굴산, 한우산, 미타산, 벽화산 등에 둘러싸여 잘 드러나지 않는 의령이지만, 이 지역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만나는 의병탑을 본다면 생각이 좀 달라질 것이다.
“남산을 휘감아 흐르는 중동리 의령천 강변에 이렇게 의병탑이 있군요. 임진왜란 때 의령에서 의병이 전국 최초로 일어난 역사적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공간이죠.”
“처음에는 자기 집 일꾼이나 동네사람들만 모였다가 점차 의령의 선비들까지 동원돼 상당한 규모로 몸집을 부풀린 이 의병들이 한 달 뒤 2,000여 왜적을 섬멸했다니, 정말 대단하죠.”
경상남도 의령은 홍의장군 망우당 곽재우가 임진왜란 당시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의병의 본고장’이다. 이 때문에 6월1일 ‘의병의날’은 의령 사람들에게 현충일이나 다름없다.
“6개의 크고 작은 산으로 둘러싸인 조그마한 마을에서 호국 영웅들이 연이어 탄생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안고 살았겠어요?”
“사실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 너무도 익숙해서 그런지 역사문화유산이 이렇게 산재해 있다는 생각도 잘 하지 못했습니다. 한 번씩 고향 내려와도 굳이 살펴볼 생각을 하지 않았죠.”
민족독립운동가의 60%가 모두 곽재우 장군 손에서 나왔다고 하는 의령. 17장수의 위패를 모셔놓은 충익사는 그 외관에서 제법 익숙함이 묻어나온다.
“충익사기념관에서 마주하는 백마는 보는 이의 위치에 따라 말머리가 움직이는 착시효과를 일으키네요. 가만, 충익사는 한눈에 봐도 서울 동작동에 있는 현충원을 꼭 빼닮았네요.”
“그렇게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해요. 하지만 이곳은 임금님 상여와 동일하게 만들어져 있죠. 유심히 살펴보다 보면 장인의 섬세함과 치밀함도 엿볼 수가 있어요.”
충익사 바로 옆에는 의병박물관이 나란히 자리해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붉은 도포를 입고 말을 탄 홍의장군 동상이 금방이라도 달려나갈 듯한 위엄을 뽐내고 있다.
“보물 671호인 곽재우 장군의 장검, 말갖춤(마구) 및 평소 사용했던 포도연, 사자철인, 화초문백자팔각대접 등 곽재우 유물 일괄(郭再祐 遺物 一括)은 모두 진품이랍니다.”
“흑요암으로 만들어진 이 벼루와 연적은 망우당이 아버지와 중국 명나라에 갔을 때 황제로부터 하사받은 것이라는데, 이 역시 진품일까요?”
‘마땅히 편안한 곳’이라는 지명 뜻처럼 의령(宜寧)은 땅 자체부터 편안하다.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 명당이라는 것이다.
“귀한 들판 대부분이 남쪽으로 물을 두고 북쪽으로 산을 등지고 있군요. 그러니 땅 생김새 자랑은 자연스럽게 땅에 서린 기운과 의령이 낳은 명사들로 이어지지 않겠어요?”
“이 땅을 짓밟던 왜군을 당당하게 몰아낸 고장으로서 자부심이 서려 있지만 여기 사람들은 봉우리 하나, 물줄기 하나를 꼬집어 자랑하지는 않는 편이더군요.”
의령군은 공교롭게 의령읍~부림면을 잇는 국도 20호선을 따라 의령을 대표하는 인물이 많이 탄생했고 생가도 잘 보존돼 있다. 망우당 생가 역시 그러하다.
“이곳에 들어서니 왠지 그의 순수한 의병정신이 온몸을 에워싸는 듯해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잘 정비된 마당, 반질반질한 대청마루가 의병장의 곧은 성정을 닮은 것 같아요.”
“조선 초기 건축양식의 안채 등 건물 곳곳에 곽재우 장군과 관련한 역사체험 공간도 마련해두고 있다죠? 나중에 아이들과 다시 찾아야겠어요.”
마을 입구에는 수령 520여 년 된 것으로 추정되는 느티나무 현고수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이 고목 역시 망우당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데?
“가지가 동서남북으로 시원스레 뻗어 있는 이 느티나무가 바로 ‘북을 매는 나무’라는 뜻을 가진 현고수(懸敲樹)예요.”
“저도 그 이야기는 알고 있어요. 왜군이 부산포에 침입하자 당시 유생이던 곽재우가 이 나무에 큰 북을 매달아 놓고 치면서 의병을 모아냈다죠?”
최대의 국난기, 조정 역시 민심을 잃어가던 시기 명망 사족들과 함께 의병들을 조직하여 저항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곽 장군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도 일컫는다.
“망우당은 자신의 재산을 모두 털어 의병 1000여 명을 모집했죠.” “적지 않은 나이에 전 재산을 털어 항전에 나섰다니, 위기의 시기에 사회 지도층이 해야 할 책임과 역할을 몸소 보여준 거로군요.”
“하지만 그를 보고 미친 사람이라거나 도적 노릇을 한다는 비아냥도 적지 않았다고 해요.”
동서남북으로 경남도의 중심지가 되는 고을 의령은 크지 않은 고장이지만 곽재우 장군은 늘 본인이 나고 자란 곳을 그리워했을 겁니다. 의령·창녕·진주 일대에서 왜군을 상대로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는 ‘애국심’이 있었을 것이고, 전쟁이 끝나고 선조가 수차례 벼슬을 내리나 그는 대부분 사양하거나 짧은 기간만 관직을 맡은 뒤 귀향한 것을 보면 ‘애향심’도 있었을 겁니다. 여러분이 그의 흔적을 쫓는 여정에서 망우당의 이러한 두 가지 의지까지 느낄 수 있었다면 미션 성공입니다. 어떠세요? 의령에서의 이번 미션, 당신은 성공했나요?
어슬렁어슬렁 장뜰시장 나들이
- 충청북도 증평군 -
비교적 작고 한적한 읍내라지만 장이 서는 1일과 6일에는 장 보러 나선 사람들로 마을은 그야말로 활기가 넘쳐나는 곳, 시골 인심으로 상거래를 하던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나 소탈한 웃음이 절로 나는 곳, 바로 증평 장뜰시장입니다. 비록 홀로 나선 장보기 나들이일지라도 수십 년간 망치질 소리가 끊이지 않은 대장간을 둘러보다가 모자람 없이 몇 번이고 채워주는 인심 좋은 국밥집에서 출출함을 달래도 보고, 떡만 40여 년 동안 팔아온 시장 토박이 아주머니와 수다도 떨고. 그야말로 심심할 틈이 없죠. <트래블아이>가 제안하는 오늘의 미션입니다. 느릿느릿 장뜰시장을 걸으며 구석구석 숨어 있는 재미를 찾아보세요!
장 한가운데서 벌어진 엿장수의 각설이타령 소리도 가르며 들려오는 “뻥이오~!” 외침. 코끝을 자극하는 뻥튀기 냄새가 나는 곳에는 어떤 풍경이 있을까? 그곳으로 가보자.
“(뻥이오~!) 자자, 거기 아가씨도 군침만 흘리지 말고 한번 맛이나 보시구랴. 튀밥도 맛있으니 한번 잡숴봐.”
“제가 어릴 적에 맛보았던 뻥튀기가 바로 여기 있었네요! 다이어트에는 이만한 게 없는데 어디 가도 도통 배불뚝이 뻥튀기를 찾을 수가 있어야죠!”
‘한 봉지에 천원’이라고 대충 갈겨 쓴 손글씨마저 정겨운 떡 파는 노점상 앞을 그냥 지나치려니 입이 심심하다는 느낌이 불현듯 밀려온다. 어디 하나 골라볼까?
“안녕하세요, 할머니. 시루떡부터 바람떡, 인절미, 송편에 약식까지! 와~ 없는 떡이 없네요. 이중에 무슨 떡이 제일 맛있어요?”
“여기 맛없는 떡은 없어, 이 아가씨야. 아무거나 골라도 다 맛나. 지금 먹으려면 바람떡 사가. 방앗간에서 가져온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따끈혀.”
생선노점 앞에는 사람들이 꽤 붐빈다. 호주머니를 만지작거리다 이내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있고, 상인아주머니에게 흥정을 걸어보는 사람도 있다. 얼마까지 싸게 주시려나?
“조기 만원에 5마리 줄게! 이 싱싱한 것 좀 봐봐! 물도 참 좋고, 어디 가서 이 가격에 절대 못 사.”
“에이~ 아주머니, 두 마리만 더 얹어주세요. 그게 재래시장 오는 맛 아닌가요?” “허허~ 이 아가씨 고집 꺾기 힘들겠네. 옜다, 인심 썼다!”
엉덩이 붙일 만한 곳에는 할머니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제철 맞은 오디를 들고 나온 할머니도 있다. 판매 품목은 오디 딱 하나. 오디는 어떻게 먹을까?
“이건 손으로 못 따. 저녁 때 나무 밑에 돗자리 펴놓고 다음날 아침에 가보면 저절로 떨어져서 이만큼씩 쌓여 있어. 그러니 웬걸. 오늘 아침에 오디 거두느라 야단을 했지.”
“고놈들 참 실하네. 그런데, 이걸 그냥 먹나요?” “술 담가먹으면 몸에 좋아. 그냥 먹어도 맛있고. 한번 먹어봐.”
1974년 문을 연 이래 쇠 녹이는 화덕에 불 꺼진 날이 없다는 이 지역 명물 증평대장간을 찾았다. 쇠를 다루는 일이 제일 쉽다는 대장간 주인장의 망치질을 구경해보자.
“우리 대장간 물건 참 좋아. 청주에서 일부러 여기까지 온다니까.” “남들이 호미 150개 만들 때 아저씨는 500개를 만드신다고요? 그게 정말 가능한 거예요?”
“내가 일을 혼자 해도 워낙 손이 빠르니까 전국에서 주문이 와도 다 해내지. 얼마 전에도 TV 드라마에서 쓴다고 창을 수십 개나 만들었어.”
장뜰시장에 대장장이 말고도 또 다른 장인도 있다 해서 들른 곳. 장뜰시장의 대표 맛집 장터순대다. 돼지고기를 손질하고 국밥을 끓여낸 30년 넘는 세월의 맛을 느껴보자.
“순대 모자라면 순대를 더 드리고, 국 모자라면 국을 더 드리고. 배고파서 왔으니 배가 불러서 가셔야지.”
“입에 착착 감기는 게 얼큰하니 속이 다 개운해져요. 국밥집은 어떻게 시작하신 거예요?” “애들 아빠는 아픈데 여섯 식구가 먹고 살려니 처음에는 혼자 고생도 참 많이 했지요.”
‘단돈 2천원’. 종이상자를 뜯어다 써붙인 문구 아래 화려한 색깔의 슬리퍼들이 수북하다. 이것저것 신어보며 쇼핑 삼매경에 빠져보자. 여인네의 장 나들이는 요런 재미 아닐까?
“대형마트보다도 슬리퍼 종류가 더 많네요.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요. 슬리퍼 치곤 발에 착착 감기는 게 한 켤레로는 부족하겠어요.” “다 신어봐~. 신어도 보고 만져도 보고 해서 제일 마음에 드는 놈으로다 가져가. 내 오늘 인심 써서 3개에 5천원 줄게.”
화로에 향로, 꽹과리가 앞줄에 서고 뒤편에는 금박의 돼지인형, 앙증맞은 주전자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골동품점. 이곳에 들르고 싶다면 시장길을 끝까지 걸어가 보자.
화로에 향로, 꽹과리가 앞줄에 서고 뒤편에는 금박의 돼지인형, 앙증맞은 주전자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골동품점. 이곳에 들르고 싶다면 시장길을 끝까지 걸어가 보자.
“장독대 덮던 망부터 칼, 안마기계, 귀이개 등은 죄다 1천원이야. 가격이이 싸니 한가득 담아서 가도 부담 없다니깐.”
“언뜻 보면 유치하고 조악하지만 들여다볼수록 정겨워요. 옛 물건들이 하나같이 깨알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현대적으로 탈바꿈하면서 시골장터의 분위기를 잃은 재래시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뜰시장의 5일장은 그렇지가 않죠. 영수증을 가져오는 사람은 경품을 주는 새로운 모습도 더러 생겼지만, 이곳은 여전히 예나 지금이나 고단한 일상의 짐보따리를 풀어놓고 잠시 쉬며 삶의 여정을 만끽할 수 있는 축제의 마당입니다. 그렇게 세월이라는 염료로 덧칠해진 기억의 풍화작용으로 퇴색되어갔던 시골 재래시장의 추억을 장뜰시장에서 되찾을 수 있습니다. 정겨운 인심에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이곳 시골장터에서 옛 추억을 만나보는 건 어떠세요?
공룡이 살았던 그곳
- 경상남도 고성군 -
경상남도 고성은 세계 3대 공룡발자국화석산출지로 유명합니다. 군 전역에 폭넓게 분포되어있는 공룡발자국은 고성을 곧 공룡의 고장으로 만들었습니다. 고성 군청의 슬로건이 ‘공룡나라’ 이니 더 말 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고성에 공룡만 보러 가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남해의 기암절벽에서부터 시작해 거류산, 무이산을 아우르는 녹색 숲의 향연, 물 좋은 계곡과 자연 휴양림도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공룡이 살았던 그곳 체험하기!’입니다.
고성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수많은 테마와 그에 맞추어 이루어진 체험프로그램에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과연 고성의 테마여행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무래도 고성의 가장 큰 특징을 따라 공룡과 관련된 테마여행이 가장 유명한 것 같아. 하지만 고성이라고 해서 공룡만 있는 것은 아닌데 말이야.”
“고성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깊은 역사를 그냥 지나쳐 갈 수는 없는 일이야. 역사문화기행, 녹색 체험여행 등의 테마여행이 잘 준비되어 있으니 꼭 경험해 봐야할 것 같아.”
고성공룡세계엑스포의 개최와 함께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공룡 문화자원은 고성이 가진 자연의 신비로움을 직접 체험하는 ‘녹색체험여행’이다.
“바다와 맞닿은 갯벌 풍경이 다른 곳과는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아. 이곳에서 공룡들이 뛰놀았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들뜨는 것 같아.”
“농촌체험을 할 수 있는 곳 주변에는 대체로 공룡의 유적지가 있어서, 공룡 유적도 구경하고 아늑한 농촌 생활도 체험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지.”
국내 최초로 공룡 발자국이 발견된 고성. 군 전역에 걸쳐 약 5,000여 점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포착됐다. 공룡박물관에 가면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
“이곳에 오니 불현 듯 선사시대로 시간여행을 온 듯하군. 국내 최초로 공룡 발자국이 발견된 곳인 만큼 상족암군립공원에 있는 이 공룡 전문 박물관 역시도 국내 최초라지?”
“맞아. 오비랩터, 프로토케라톱스 진품 화석을 비롯해 클라멜리사우루스와 모놀로포사우루스 같은 아시아 공룡까지, 세계의 다양한 공룡들에 대한 자료가 정말 빼곡해!”
논농사도 짓고, 울금, 밤, 콩도 재배한다. 무지바위를 타고 도는 산새소리를 듣다보면 어느새 농촌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이 마을은 500년의 역사를 가졌다고 해. 전형적인 천혜의 산촌마을인 이곳은 주민 전체가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 생명환경농업을 하고 있데.”
“저 7개의 산봉우리와 3개의 저수지, 또 개천까지 바라보며 들기는 전통문화체험과 팜 스테이, 생태체험 등의 특산품은 농촌 체험 마을 중의 으뜸이 아닐까 해.”
대가저수지의 깊이는 그 정도를 알 수 없을 만큼 아득하다. 알 수 없는 깊이만큼이나 이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충효정신도 잴 수 없이 깊을 것만 같다.
“저 거대한 저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체험마을은 2005년 농림부에서 선정한 체험마을이라고 해. 이 맑은 공기 덕분이지 않을까?”
“공기가 맑은 만큼 유산소 운동을 하기에 좋은 곳이긴 하지. 하지만 그 덕분이라기보다는, 그만큼 함께 제공되는 전통문화체험, 생태체험, 충효테마공원도 한 몫을 한 것이지!”
하일동화어촌체험마을의 바닷가는 물이 빠지는 시간을 적절히 활용한 이색적인 갯벌체험을 할 수 있다. 고요한 바닷가에 울려퍼지는 독특한 메아리도 들어볼 것!
“이 마을은 낮, 밤 모두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하니, 아쉬움 없는 갯벌체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갯벌에서 느끼는 손맛은 어떤 기분일까?”
“그 중에서도 특히 밤에 횃불을 밝혀 해안가로 나온 낙지, 대하 등을 잡는 체험은 이 마을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어!”
전통 녹차의 향기가 가득한 곳에 또 다른 내음이 풍겨온다. 바로 흙이 풍기는 것이다. 도자기 체험 교실의 매력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폐교를 활용해 꾸며진 도자기 체험 교실의 모습이 인상적이야. 수로요의 도예창조학교는 그 이름마저 특이해서, 독특한 체험을 즐길 수 있을 것만 같아!”
“직접 도자기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를 느낄 수 있는 체험도 준비되어있어. 또 야생화를 감상하다보면 어느새 산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어.”
공룡발자국을 따라 이리저리 따라 걷다보면 부처의 넉넉함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렇게 옥천사에 닿으면 연꽃 속에 포근히 감싸 안긴 편안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연화산의 온기를 가득히 담은 옥천사에는 어떤 체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글세, 부처님의 자비로 가득한 절에서 묶는 하룻밤이라면 공룡 발자국들이 남긴 웅장함에 들뜬 마음을 편안히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지 옥천사의 템플스테이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휴식형 템플스테이’라고 불려.”
공룡의 흔적이 너무나도 유명한 경상남도 고성. 하지만 이곳에는 공룡만 있는 것이 아닌 유구한 역사와 천혜의 자연 경관이 늘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농촌 사람들의 삶을 따라 배워가다 보면, 어느새 도심 속의 스트레스는 사라질 것입니다. 고즈넉한 산봉우리와 맑은 계곡물이 흘러가는 풍경을 내다보면 이곳의 명물이 ‘고작 공룡’이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볼거리, 배울거리, 또 느낄거리가 풍부한 이곳 고성에서 여러분은 어떤 체험을 하고 싶으신가요?
새로운 조개를 만나다!
- 부산광역시 강서구 -
조개의 맛을 모르면 인생의 낙을 모른다고 했던가요? 조개를 드시지 않는 분들께는 조금 서글픈 말이지만, 그런 분들도 빠질 수밖에 없는 조개가 하나 있답니다. 바로 부산 강서구, 그 중에서도 명지동의 명물이라 불리는 ‘갈미조개’가 바로 그것입니다. 본래 소금의 고장으로 불릴 만큼 유명했던 염전은 사라졌지만 이곳은 아직도 넓은 평야와 갯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독특한 별미를 자랑하는 갈미조개의 유명세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지요.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갈미조개의 모든 이야기를 듣고 모든 것을 맛보라!’입니다.
명지바다는 황금 바다라고 불린다. 낙동가 하구에서 만나는 해수와 담수는 황금 어장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하는데?
“이곳에는 정말 다양한 어종과 식물이 살고 있다고 해! 국내외의 식물들이 무성하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알고 있어?”
“글세 잘 모르겠지만, 이곳의 생태계가 이렇게 다양하고 건강하다면 오늘 맛 볼 갈미조개는가 얼마나 맛있을지 기대가 되는걸!”
노란 다리가 톡 튀어나온 모양새가 꼭 새 부리가 튀어나온 것 같다. 알을 깨고 나오는 갈매기의 모습이 이럴까?
“이 고장 사람들은 이 조개를 ‘해방조개’라고 부른데. 일제강점기 시절, 굶주린 사람들의 유일한 식량이 이것이었다고 하니, 참 사연이 많은 조개야.”
“일본 사람들은 이 조개를 보고 ‘바카가이’. 즉 바보조개라고 부른데. 조개 특유의 재빠름 없이 잡히고 나서도 다리를 내민 모양이 바보 같다고 놀리는 이름이지!”
본래는 일본에 전량 수출이 되었던 역사가 있는 갈미조개. 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즐기는 별미가 되었다.
“갈미조개는 일본에서 초밥에 많이 쓰인다고 해.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조개를 가지고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어.”
“맞아. 많이 익히면 질길 수도 있으니까 살짝 익혀먹는 것이 좋다고 해. 여러 가지 요리 중에 어떤 것을 먹는 것이 좋을까?”
모든 조개가 그러하듯, 갈미조개도 짭쪼름한 바다향이 입안에 번진다. 하지만 더 독특한 갈미조개 만의 식감이 있다고 하는데?
“갈미조개는 바다 향 보다 조금 알싸한 향이 매력적인 것 같아. 다른 조개에서 느낄 수 없는 향인걸?”
“맞아. 갈미조개의 독특한 향이지. 하지만 한입 씹었을 때 사각하고 씹히는 식감이 독특해서, 한 번 맛본 사람들은 잊을 수 없다고들 하지.”
맑은 물에 깨끗이 해감 된 싱싱한 조개를 넣고 매운 고추를 송송 썰어 넣어 살짝 데쳐낸다. 살이 통통하게 익어난 길미조개 수육은 어떤 맛일까?
“조개 중에서 수육으로 먹는 조개는 갈미조개 밖에 없다고 해. 이 육질과 빛깔 좀 봐! 살짝 데쳤을 뿐인데 그 향기가 정말 좋아.”
“조개만으로도 배가 부를 만큼 그 양이 정말 많아. 물론 송송 썰어놓은 쪽파와 고소한 깨가 어우러져서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니,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커다란 전골냄비에 버섯, 파, 당면까지. 빈틈없이 들어차고도 한 접시의 갈미조개가 나온다. 빨리 육수가 끓기를 기다려지는 이 시간!
“이제 끓는다! 아, 그런데 그냥 두어도 이렇게 빛깔이 좋은 갈미조개를 넣으려니 갑자기 망설여지는 걸?”
“샤브샤브 한 갈미조개를 맛보면 그런 걱정 한 것이 싫어질 걸? 버섯, 파와 함께 초장에 콕 찍어먹는 이 맛은 고기 샤브샤브와는 또 다른 맛을 느끼기 해 준다구!”
매콤하게 간이 된 갈미구이. 갈미조개와 콩나물, 그리고 삼겹살이 만나면 전라도의 홍어삼합 부럽지 않은 별미가 된다!
“조개와 고기를 함께 먹을 수 있다니 정막 특이해! 그런데 같이 구워져서 나온 삼겹살이 좀 얇은 것 같은데?”
“아, 그건 갈미조개와의 조화를 위해서야. 너무 익으면 질겨지는 갈미조개 때문에 삽겹살을 얇게 썰어서 빨리 익게하면, 더 좋은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지.”
뽀얀 국물에 가득 찬 조개. 발라내어 살만 있는 조개를 보다가 이렇게 보니, 정말 크고 튼튼한 조개라는 걸 알게 된다. 그 탕의 시원함은 어떨까?
“역시 갈미조개 식사의 마지막은 갈미탕이지! 다른 조개탕 보다는 조금 담백하고, 고추 덕분에 칼칼한 맛이 정말 좋아!”
“식사로도 충분하지만, 식사를 마치고 입가심을 하기에도 정말 좋은 요리인 것 같아. 이 시원한 조개탕의 맛은 잊지 못할 것 같아!”
갈미조개의 노랗고 뽀얀 속살은 식탁에 올려 진 순간부터 입에 침이 고이게 합니다. 황금바다라 불리는 명지바다에서 자라나서 일까요? 그 맛과 향, 그리고 다양한 요리의 멋은 탁 트인 낙동강 하구를 떠올리게 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힘든 삶을 이어가기 위한 식량으로, 지금은 그 수가 많이 줄어 귀하디귀한 음식이 된 ‘갈미조개’! 낙동강 하구의 풍요로움 만큼이나 즐거운 별미를 즐길 수 있는 부산 강서구! 여러분도 낙동강 하구의 맛과 멋을 즐기러 떠나보시지 않겠어요?
남도의 맛에 바다를 더하다
- 전라남도 순천시 -
겨울이면 바다에서 나는 많은 것들의 맛이 진해지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수온이 낮아지면서 살이 단단해지다 보니 그 안에 스며 있는 맛 역시 농축되기 때문이지만, 찬바람을 맞으며 얼얼해진 사람들의 감각을 깨우기 위한 자연의 섭리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꼬막 산지인 여자만을 끼고 있는 순천에서는 남도식 꼬막정식을 한상 푸짐하게 받아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순천만에서 잡힌 짱뚱어탕 한 그릇을 고들빼기와 곁들이면 칼바람도 끄덕없습니다. 남도의 바다향기를 제대로 음미하고 싶다면 당장 순천만으로 식도락여행을 떠나라!
바다와 강, 산 모든 것이 만나는 축복의 땅 순천. 그곳에 모인 비옥한 영양들이 모두 모여 있는 별미가 궁금하다!
“순천은 정말 풍요로운 곳인 것 같아. 끝없이 펼쳐진 논만 바라보고 있어도 마음이 든든해지는 기분이야.”
“맞아. 밥 한 끼를 든든히 먹으면서 맛도, 건강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물론 순천의 맛을 느낄 수 있어야겠지!”
탕, 전골로 즐길 수 있다는 이것! 생선의 비린 맛은 찾아볼 수 없고, 말끔한 국물에 뜬 방아잎의 향기가 먼저 다가온다.
“추어탕과는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어요. 방아잎과 들깨 가루가 들어간 것이 정말 많이 닮아있는 모습이예요.”
“맞아. 하지만 추어탕처럼 생선을 갈아낸 것은 아니고, 깊게 고아낸 짱뚱어를 이용한 이 곳의 별미란다.”
짱뚱어 요리는 순천에서만 맛 볼 수 있다. 물론 다른 곳에서 잡히기는 하지만, 다른 곳에서 짱뚱어 요리를 맛본다면 순천 짱뚱어의 깊은 맛이 그리워 질 것이다.
“순천 짱뚱어 만의 특별함이 있을까요?”
“순천의 비옥한 땅 덕분인지, 잘 보존된 갯벌 덕분인지 몰라도 매번 여름이면 통통하게 살이 오른 짱뚱어가 갯벌 이곳저곳을 귀엽게 통통이며 뛰어다닌단다. 다른 지역의 짱뚱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맛을 낼 수 있는 비밀 하나가 있다고 하는구나!”
순천을 찾아 맛보게 되는 짱뚱어 요리는 특별하다. 추어탕과 생긴 것도, 먹는 모습도 비슷하지만 금방 이 맛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순천을 찾은 여행객들이 빠트리지 않고 이 짱뚱어탕을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쉽게 맛 볼 수 없기 때문은 아니지 않을까?”
“이렇게 맛을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아요. 맛과 독특함도 한 몫 하겠지만, 건강함이 끝없이 몰려와요! 짱뚱어는 기름의 여독을 빼주는 건강식이기도 하니까요.”
누런 된장을 풀어 넣어 구수해 보이는 색을 하고 있는 짱뚱어 탕은 그 담백한 맛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게다가 특별할 것 없는 국물의 뒤끝이 좋다.
“짱뚱어가 들어갔다는 것을 제외하면 특별한 것이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탕에 들어있는 토란, 고사리, 팽이버섯 등의 신선함이 그 풍미를 더하는 것은 분명하겠죠?”
“맞아. 게다가 짱뚱어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푹 고아낸 것에 된장으로 비린내를 잡아주었기 때문에 부담감 없이 건강한 맛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란다.”
쫄깃함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꼬막의 맛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유혹거리다. 서울에서 먹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식감이 ‘이 맛이다!’ 하며 탄성을 내지르게 한다는데?
“양념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대로도 꼬막은 훌륭한 반찬 노릇을 하고 있어요.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이 맛을 어디에 비할까요.”
“콩나물이 그러하듯 꼬막도 잔칫집의 흔하고도 소중한 반찬이었지. 그래도 제대로 꼬막 맛을 갖추려면 고추장을 주로 한 갖은 양념 무침도 맛봐야지.”
서을 인근에서는 흔치 않은 토하젓, 밤젓, 갓김치, 고들빼기김치 등이 한상 가득 올라오는 남도 한정식이면 바다 가까운 순천땅 산해진미를 모두 맛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고들빼기는 달큰한 맛이 배추김치나 총각김치 맛과 전혀 달라요.”
“맞아. 인삼을 씹는 것처럼 쌉싸래한 게 밥맛을 돋워줄 거야. 찬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면 우리는 저장된 음식을 먹게 되는데, 제철 식물이 나지 않는 겨울에도 풍성한 영양분을 듬뿍 담은 재료로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순천은 잘 알고 있는 듯해.”
초가지붕과 돌담, 엄마의 손맛이 그리워지고 추억이 금세 현실이 되는 낙안읍성. 이곳 민속마을에서는 매년 맛과 멋이 있는 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열린다.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은 모두 순천에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남도음식문화큰잔치와 순천만 갈대축제가 있죠.”
“정확해! 특히 남도음식문화큰잔치에 가면 다도체험, 소달구지 체험, 고들빼기 담그기 체험, 남도의 절편 만들기 체험 등 남도음식을 전부 만나볼 수 있지.”
온전한 뻘의 생태계가 그대로 보전돼 있는 순천만은 물이 빠져나간 자리d[ 갯벌을 터전삼아 살아가는 바다 생명들이 먹이활동에 여념 없습니다. 이 일대에서 만나는 음식 역시도 자연을 담아서인지 남도음식 맛으로 손에 꼽으라면 순천은 빠지지 않습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생각나는 짱뚱어탕과 꼬막정식, 거기에 별다른 조미료 없이도 맛깔스러운 고들빼기김치 등 푸짐한 남도 한정식을 떠올려보면 당일치기로는 아쉬운 것이 바로 순천 여행입니다. 이번 기회에 산해진미 머금은 자연의 맛을 만나러 순천으로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