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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맑게 부서져내리는 파도에 붙여진 이름, 은파. 은빛 파도가 넘실대며 밀려오고 있다.
길을 잃은 중생을 인도하듯 밤이 되면 환히 빛날 테지만 그 빛에 누군가가 다칠 수도 있음을.
시간을 뛰어넘기 위한 문처럼, 골목 끄트머리에 숨겨진 작은 문. 다가서는 발걸음이 설레고 또 설렌다.
이 편과 저 편 사이에 무엇이 그리 달랐을지. 경계를 걷는 걸음들이 위태롭고도 호젓하다.
밤의 물결에는 빛이 스민다. 어둠이 내리지 않으니 늦은 시간에도 쉬이 숙소로 향하기 어렵다.
꽃이 피지 않아도 달콤해진 모습. 과일 향이 배어 나올 것 같은 생각에 코를 킁킁거려 본다.
한 생을 끝내고, 다음 모양새를 준비하는 이들 앞에서 내게 묻는다. 마지막 모양새라는 것이 있을까.
늘어선 무지개 아래로 물줄기가 이어진다. 누군가의 꿈을 옮겨왔을 풍경. 이 앞에 서서 어떤 꿈을 꿀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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