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원유원지를 걷다

달성군 화원읍에 위치한 화원유원지는 6만여 평의 면적을 지닌 넓은 유원지. 대구 사람들에게는 ‘화원 동산’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곳이다. 1930년대에 개봉했던 오래된 영화인 <임자 없는 나룻배>의 촬영지가 되며 일찍부터 풍경 아름다운 곳으로 인정받았던 이곳은 드넓게 깔린 잔디밭과 한옥, 수영장, 동물원 등의 볼거리가 많아 대구 사람들의 나들이 장소로 사랑받는 곳이다.
 

•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이곳, 아름드리나무 한 그루가 그 시간을 말해주는 것만 같다.

그러나 화원유원지에 볼거리가 아무리 많다 한들 봄에 가장 사랑받는 곳은 역시 산책로일 수밖에 없다. <괜찮아, 사랑이야>를 본 사람이라면 ‘여기 내가 좋은 데 아는데……. 잠깐 내려 걸을래?’라던 극 중 장재열의 대사를, <괜찮아, 사랑이야>를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봄바람 머금은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며 걸어보길 권한다. 드라마 제목을 곱씹어보는 것만으로도 화원유원지의 나른한 봄을 만끽하기에는 손색이 없으니 말이다. 

손을 꼭 잡은 채 산책을 즐기고 있는 연인들의 모습이 유독 눈에 많이 띄는 것은 역시 <괜찮아 사랑이야> 때문일지도 모른다. 곳곳에 촬영지임을 알리는 표지판들이 세워져 있으니, 드라마의 촬영지임을 모르고 온 이들이라도 그 제목을 입안으로 되뇌어 보게 된다. ‘괜찮아, 사랑이야.’ 울림이 좋은 그 말이 화원유원지의 봄 풍경에 썩 잘 어울리니 한 마디를 덧붙여 본다. ‘괜찮아, 사랑이야. 나른한 봄이야.’

 

화원유원지, 힐링을 말하다

• 

  1

• 

  2

• 1

  2

  잠시 쉬는 중인 꼬마 자동차들과 늑장을 부리고 있는 벚꽃. 두 풍경 모두 나른하기 그지없다.

봄날의 화원유원지는 제법 한산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이곳이 유원지가 된 지도 100년 가까이 되었고, 큰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라 한들 드라마가 종영된 지도 반년이 넘었으니 ‘핫 플레이스’라 하기에는 역시 무리가 있는 것이다. 조용히 쉬고 있는 놀이기구들과 꺾인 흔적 없이 바람에 몸을 내맡긴 벚꽃 가지들. 사람이 아닌 분위기를 구경하러 온 이들에게는 이곳이 핫플레이스가 아니라는 것이 더없이 반가운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화원유원지는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인 재열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털어놓던 장소다. 여자 주인공인 해수는 제법 담담한 태도로 그의 아픈 기억을 말없이 들어주는데, 재열이 앞서 걸어가자 한 마디를 툭 내던진다.

"같이 가자." 

풍문에 의하면 이 장면이 저마다의 트라우마를 간직한 수많은 사람을 울렸다 하기도 한다. 별다른 꾸밈없이 담담히 봄 풍경을 보여주고 있는 화원유원지의 한 귀퉁이를 걷고 있자면 누구든 붙잡고 아무 얘기든 털어놓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니 화원유원지를 방문할 때에는 꼭 이해를 구하고 싶은 누군가와 함께할 것. 봄이 주는 마법 같은 분위기와 드라마 속 대사들이 가슴을 콕콕 찔러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