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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릴 수 없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 위안이 될까. 산에서 만난, 산을 덮는 산.
담 너머로 뻗은 가지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뒤꿈치를 들고 뿌리를 찾는다.
하늘에 걸렸을까, 땅을 디뎠을까. 누각 위에 걸린 구름에 더욱 더 아리송해진다.
목적지만을 가늠하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일까. 내다보기를 그만둔 채 걸어본다.
저 여린 빛깔의 창마다 자리한 소리 없는 아우성. 이리도 조용히 꿈이 필 수 있을까.
내 눈에 비치는 모든 풍경들의 하나의 점으로 잦아드는 자리가 있다. 어디 즈음에 서야 소실점이 보일지, 손가락을 들어 재고 또 재 본다.
육지와 육지 사이를 떠돌고 있다. 어릿속이 세어버리듯, 쓸쓸하고 멍해지는 풍경.
반갑게 깔린 꽃길의 빛깔이 달콤하기도 하다. 걷는 동안 물에서도 꽃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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