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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반쯤 몸을 담그고 있는 커다란 거북이를 보고 있는 것 같다. 금방이라도 돌섬이 들썩이며 솟구칠 것만 같다.
꽃이 진 것이 못내 아쉬웠는지, 누군가 꽃을 피워 두었다. 모양새 때문인지, 그 마음 때문인지 향기가 없어도 여전히 아름답다.
소설 속 바로 그 메밀밭에서 피어난 감성들이 서랍 속에서 곱게 낡아가는 보내지 못한 편지들을 떠올리게 한다.
시간이 더 많이 흐르면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가 닿고 싶은, 하지만 와 닿지 않는 아픈 마음.
난세에 이름을 떨치며 세상을 호령하려던 이들이 저마다 입을 꾹 다물고서 이곳마저 호령하겠다는 듯 눈썹을 치켜뜨고 있다.
영겁의 바위를 뚫고 들어 앉아 그 역시 바위가 되기까지 흘렀을 인고의 시간이 어둠처럼 내려 앉아 굴 안을 맴돌고 있구나.
마른 볕을 기다리는 것이 어린 순들뿐인 것은 아니다. 한 켠에서 조용히 말라가는, 쓰린 바다가 있다.
가을의 한 자락, 가을빛으로 물든 것들이 가득하다. 가을 아래를 걷는 동안 뺨이 덩달아 붉어질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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