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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끝끝내 버텨내고 다음 해를 준비하는 이들. 그 빈 모습들에서 어찌 서글픔을 느낄 수 있을까.
해가 기울 때마다 탑의 방향이 바뀐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면 어느새 주위에 발자국이 그득하다.
제 자리를 유유히 흐르며 도시의 열기를 식히는 것이 있다.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다운 이곳, 잠시 쉬어가 보자.
흙으로 된 마당과 댓돌, 가지런한 기와와 나무로 된 집. 문득, 담장 너머로 보이는 것들에 저도 모르게 걸음이 멈추고야 만다.
반질반질 윤이 나는 붉은 열매에게서 주름을 찾아볼 수 없다. 열매를 감싼 잎사귀 역시 매끄럽기는 매한가지.
귀를 쫑긋 세우고서 커다란 눈으로 조용히 정적을 응시하는 사슴을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울음을 들어준 적은 없다.
산에 다녀간 이들이 마음 한 조각씩을 남겨두고 갔다. 산 속에 쌓는 또 다른 산, 산을 오르며 산을 본다.
가진 적 없는 기억들을 되짚어 나가는 동안에도 추억은 여전히, 꾸준히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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