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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살이 깎이는 것을 알면서도 자리를 지켰던 이유를 물으려다 그만둔다. 그 모습 그대로, 충분히 아름답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소금기 어린 바닷바람에 흩날리는 건 나뿐인 줄 알았는데.
빼곡이 들어찬 초록 빛깔 사이로 집 한 채가 웅크리고 있다. 모든 것이 하나의 풍경인 듯, 참으로 조용하다.
잎사귀보다 무거워 가지를 휘게 만드는 너 역시 애초에 작은 꽃에 지나지 않았다.
세상의 이치까지 깨달았을 그들이 이곳에 나란히 서서 무엇을 바라는 것 마냥 간절해 보인다.
수십 년이 지나도 좀처럼 바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좁은 골목 안에서 부대끼면서도 좀처럼 불평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낯이 익지 않는 것이 있다. 머나먼 길을 돌아 눈앞에 웅크린 흔적에 괜스레 먹먹하다.
하늘을 헤엄치는 물고기 하나, 지느러미를 움직이자 어디선가 바람 우는 소리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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