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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 영월에 살다, 단종의 얼을 찾는 여행


강원도 영월, 종종 비운의 왕 단종의 이야기로 대표되곤 하는 이 고장을 두고 사람들은 줄곧 아프게만 보지는 않는다.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 40기에 포함된 장릉과 더불어, 청령포, 관풍헌 등 단종의 얼이 서린 장소들은 그곳에 얽혀 있는 사연을 되새기는 동시에  감동할 수 밖에 없을 만큼 여전히 아름답기 때문이 아닐까. 영영 이곳에 살아있을 단종을 만나는 여행. 그의 유배지를 둘러보며 잠시나마 유배인의 삶이 주는 적요를 느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청령포, 절경과 고요가 있는 단종의 거처

영월 읍내의 영월군청을 중심으로 단종 유적지가 남아있다. 아래쪽으로는 단종이 살았던 청령포, 북쪽에는 그가 묻힌 장릉과 단종역사관, 동쪽에는 관풍헌과 금강정이 자리한다. 지금이야 서울에서 차로 2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지만, 한양부터 이곳에 이르기까지 엿새가 걸렸다는 단종의 유배길은 결코 녹록치 않았을 것. 그럼 이제 산과 물을 벗 삼아 단종의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 나룻배로 3분여를 들어가야 닿을 수 있는 청령포. 빼어난 풍경 아래 고독한 섬 모양을 하고 있다.

청령포는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영월로 유배된 17세의 어린 단종이 머무르던 곳이다. 아름다운 송림이 빽빽이 들어차 있고 서쪽으로 육육봉(六六峰)이 우뚝 솟아 빼어난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지만 삼면이 서강의 깊은 물줄기로 둘러싸여 나룻배를 타지 않고는 드나들 수 없었다. 섬과 비슷한 지형으로, 유배지로서는 적합한 장소인 동시에 고독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이야기가 어려 있기 때문인지, 지금의 청령포는 그 수려한 절경을 보기 위해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로 자리잡았으며 2008년에는 국가명승 제50호로 지정됐다. 청령포 내에는 단종의 흔적을 보여주는 유적들이 남아있다. 청령포에 들어가기 위해 3분 남짓 배를 타는 시간부터 사람들은 떠들썩함을 잊고 역사 속에 빠져든다. 단종어소와 옛 집터가 있었던 자리에 세운 단묘재본부유지비, 수령 600년이 넘었다는 웅장한 관음송, 단종이 한양 쪽을 그리며 올랐던 망향탑 등을 둘러보면서 홀로 최소한의 궁녀와 노비만을 거느리고 지내기에 고요하고 적막했을 단종의 유배생활을 짐작해볼 수 있다.

 

관풍헌과 장릉, 영원히 영월에 살아있는 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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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릉의 전경. 매년 이곳에서 단종문화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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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실록을 볼 수 있는 단종역사관 내부 전시실

관풍헌은 청령포에 홍수가 난 1457년 여름, 단종이 임시로 옮겨온 거처다. 그리고 그해 늦은 가을, 이곳에서 사약을 받고 짧은 생을 마감했다. 현재 관풍헌은 영월군청에서 가까운 중심지에 자리해 있다. 당시 숨을 거둔 단종의 시신은 세조의 명에 의해 동강 변에 버려지게 됐으며 그를 수습하는 자는 삼족에 멸하리라는 엄명이 내려졌다. 그러나 영월의 호장이었던 엄흥도가 목숨을 걸고 시신을 수습해 묻었다.
 
단종이 장릉에 묻힌 사연에도 전설이 있다. 처음에 엄흥도는 수습한 시신을 급히 옮기다 설산에서 노루가 잠자던 자리에 눈이 쌓이지 않은 자리를 발견해 그곳에 시신을 봉분하지 않고 묻게 되는데, 세월이 흐른 후 영월에 부임해 온 군수들이 줄줄이 목숨을 잃기 시작했다. 그러다 자원해온 박충원이라는 사람의 꿈에 단종의 혼령이 나타나 산 속에 묻힌 사연을 말하였고 사람들이 시신을 찾아내 다시 지금의 장릉에 정성스레 묻었더니, 영월이 평안을 되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단종의 무덤 장릉은 오늘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장릉에 다다르면 주위의 소나무가 모두 능을 향해 절을 하듯 굽어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마치 단종에 대한 예를 표하는 것 같아 경이로움이 느껴지는 풍경이다. 경내에는 ‘단종실록’과, 단종의 삶에 관한 기록인 ‘단종애사’가 전시돼 있는 단종역사관이 있어 단종의 생애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단종유적의 마무리, 금강정과 단종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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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문화제는 단종제례를 겸하는 지역 축제의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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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 영월군에서 주최하는 단종문화제의 행렬

금강정은 단종이 사약을 받고 그 궁녀들이 몸을 던졌다는 동강변의 절벽, 낙화암 옆에 있는 정자. 창건된 것은 세종 10년(1428)이다. 산수를 좋아한 영월군수 이자삼이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지었다. 1684년에는 송시열이 이곳에 올라 금강정의 경치를 읊은 ‘금강정기’를 썼고 퇴계 이황의 시 중 ‘금강정’이 안동에서 춘천으로 가던 중 이곳에 들러 지은 것이라고도 한다. 실제로 금강정에 오르면 하나같이 시인이 될 만큼 풍경이 아름답다. 먹먹한 단종의 삶을 더듬으며 돌아본 영월 여행을 마무리하기에도 좋은 한 장면이 될 것.
 
또한, 영월에서는 매년 4월 말 장릉에서 단종문화제를 연다. 단종의 생애를 기억하기 위한 제례이자 축제인 이 행사는 단종국장 재현, 단종제향이 거행되고 단종이 즐겼다는 칡줄다리기 경연과 정순왕후 선발대회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마련하니, 이를 고려해 영월 나들이를 계획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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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경치가 있는 단종의 유배지 영월. 그 절경이 위안이었을지 혹은 더욱 애달팠을지 직접 그 풍경을 느끼며 짐작해볼 수 있겠죠?

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21년 08월 2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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