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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보성의 참맛, 벌교 꼬막


보성의 겨울은 춥지 않다. 찬바람이 불지 않아서가 아니라 풍요로운 맛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자고로 뱃속이 든든하면 한겨울 추위도 거뜬하다고 하니, 찬바람이 불면 보성으로의 여행을 계획해보는 것은 어떨까. 맛, 품질, 향 이렇게 삼박자가 고루 맞는 보성의 맛은 다른 지역의 음식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고유의 참맛을 가지고 있다. 할아버지부터 손녀까지 3대의 입맛을 아우르는 보성의 참맛을 보러 지금 당장 떠나보자.

                    
                

탱글탱글 바다의 보물, 벌교 꼬막

벌교 어촌계에서 꼬막을 캐는 모습. 추운 바람이 불 때 수확을 해야 해 한층 고되다. 

보성하면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었던 벌교를 빼놓을 수 없다. 또 벌교하면 꼬막을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것이다. 벌교 꼬막은 특유의 탱글탱글하고 쫄깃한 맛으로 다른 조개와는 또 다른 맛을 선사한다. 임금의 수라상에 진상되거나 제사상에 올리는 귀한 음식이었던 벌교 참꼬막은 그만큼 맛과 품질이 보장되었음을 말해준다.

이 꼬막에도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성장 속도가 느리고 헤모글로빈이 풍부한 참꼬막, 참꼬막에 비해 성장 속도가 빠르고 살이 옅은 분홍색인 새꼬막, 그리고 크기가 다른 꼬막들보다 훨씬 크고 검붉은 속살을 자랑하는 피꼬막이 있다. 이 중 값을 많이 쳐주는 것은 참꼬막이다. 식감이 쫄깃하고 비린내가 적은 데다 사람이 직접 채취해야 하는 만큼 가격도 새꼬막보다 두 배 가량 나간다. 주름 골이 깊고 드문드문한 것도 새꼬막과 구별할 수 있는 참꼬막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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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한 고추장 양념, 짭짤한 간장 양념 등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는 꼬막 요리들. 

탱글한 벌교 꼬막은 간이 잘 배어있어 따로 간을 할 필요가 없다. 민물에 가볍게 삶으면 고유의 식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고 양념을 하거나 전을 부쳐 먹기도 한다. 최근에는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꼬막탕수육까지 등장하여 꼬막으로만 한 상을 차려도 모자랄 지경이다. 삶은 참꼬막에 양념간장을 올려 숙회를 먹을 수도 있고 매콤한 초고추장에 갖은 채소를 섞어 먹는 새꼬막 무침회도 아삭아삭하니 쫄깃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꼬막 요리로 이루어진 것이 바로 꼬막정식이다. 벌교의 진흙뻘 아래서 자라 각종 미량원소를 한껏 머금고 있는 꼬막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면, 벌교꼬막축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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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꼬막축제에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다. 

꼬막의 제철은 11월부터 시작된다. 매년 10월 말과 11월 초 사이에 시작하는 벌교꼬막축제도 꼬막에 맛이 들 때를 기다렸다가 개최되는 것이다. 특히 이때에는 좀처럼 해보기 힘든 꼬막 채취 작업을 해볼 수 있어 이색체험을 찾는 여행객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널배를 타고 나가 꼬막을 채취하는 체험을 통해 꼬막의 매력에 한층 더 빠질 수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꼬막체험들도 준비되어 있는데, 단순히 꼬막을 먹고 즐기는 것 이상의 경험을 안겨다 준다. 
 

널배를 타고 쭉쭉 갯벌로 나가는 체험. 진흙이 실컷 묻는 만큼 여벌옷 준비를 추천한다

실제로 꼬막축제에서 널배를 타고 갯벌로 나가보면 꼬막 채취가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진흙뻘 아래 숨어있는 꼬막을 찾는 것도 찾는 것이지만, 차가운 바닷바람과 널배로만 갈 수 있는 갯벌의 환경도 한몫을 한다. 널배를 타고 앞으로 나가는 자세도 간단하지 않다. 널배에 몸을 싣고 엎드린 채로 한쪽 발로만 갯벌을 밀고 나가다 보면 조금만 나가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허리와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다리가 푹푹 빠지는 뻘에서 다리를 파묻고 꼬막을 채취하다 나가려 할 때면 뻘이 다리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꼬막을 삶아 껍질을 까는 과정도 그렇다. 유난히 딱딱해서 껍데기가 벌어지지 않는 꼬막을 까다 보면 손가락 끝이 아려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우리 입에 꼬막이 들어오기 전까지 꼬막이 그 많은 과정을 거쳐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짭짜름한 바다 바람과 한없이 펼쳐진 갯벌에서 자라난 꼬막, 이 과정을 이해하면 무심코 지나치던 꼬막의 맛이 한층 가깝고도 진하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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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면 풍요로운 입맛으로 배를 따듯하게 채워줄 보성군! 갯벌의 흙이 묻더라도, 발이 푹푹 빠지더라도! 풍요로움을 함빡 담은 꼬막 먹으러 떠나보세요!

트래블투데이 홍성규 취재기자

발행2018년 11월 03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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